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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7.30 [13:00]
[NCCK 사건과 신학:학교폭력] 착한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김자은(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김자은

  

유명인들의 학창시절 폭력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잠잠했던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온 학교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명확한 대답은 없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폭력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야말로 학창시절, 철부지들이 저지른 일을 문제삼아 뭐하겠냐는 시각에서부터, 행여나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창창한 아이들의 앞길을 막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그러니 조용히 좋게 좋게만 문제를 해결하자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바로 그 학창시절에, 바로 그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은 십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아니 그 상처는 몸과 마음을 파고들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를 이끌어냄으로 공동체가 회복되는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학창시절 폭력의 대상자이기도 했던 김자은은 착한 말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황필규가 직면하여 문제를 바로 볼 것을 그리고 어렵지만 정의 회복을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사건과 신학위원회 편집팀>

▲ NCCK 사건과 신학:학교폭력  

 

 

삶의 자리와 교회의 분리만큼,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교회와 분리되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학교폭력의 문제를 교회나 기독교 신앙과 연결지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뜻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 어려웠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의 학폭사건을 통해 볼 수 있듯 학교폭력은 이미 큰 사회적 문제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이 이렇게 큰 사회적 문제로 번지게 되는 수년의 시간 동안 교회는 학교폭력에 대해, 청소년들의 삶에 대해 제대로 말해오지 않았다. 물론 교계 소수의 노고로 회복적 교육, 용서, 화해, 비폭력, 평화로운 갈등조정 등 많은 분야가 연구되고 현실에 적용되어 왔다. 하지만 학교폭력이라는 거대하고 일상적인 폭력 상황과 청소년 사이의 권력 관계 및 정치적 역동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엔 너무 소수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엄중한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도 나는 그저 평범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이므로 학교폭력에 대한 훌륭한 해석과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다만 내가 겪어온 교회라는 공간과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잃어왔던 사람들,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의 삶에 작은 위로를 건낼 수 있길 바란다.

 

청소년 시기 격동의 주일학교를 거치고 성인이 되어 주일학교 교사로서 열정을 다해 활동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학교폭력 그 자체를 교회에서 다루어 본 적은 없다. 정확히는 다루긴 했겠지만 시혜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의 삶과 상황을 타자화하지 않고, 그들의 주제를 우리 자신의 주제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 같다. 보통의 교회에 다니는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흔히 듣게 되는 말은 시혜적이고 배타적이며 폭력의 구조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또 다른 폭력일 것이다. 나의 경험을 빌어 말해보자면 학교폭력은 흔히 청소년기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말하며 너무 쉽게 소비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놀아줘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라는 1차원적인 말이 학교폭력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청소년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기도 했던 나는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절대 피해 경험을 교회에 들켜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시기를 지나 교사가 되었던 나는 피해 상황에 놓인 친구가 있다면 나 같은 생각을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내가 맡은 친구들의 생각을 묻기도 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쁜 뜻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예민하고 뒤틀린 나에 대해 고민하며 괴로웠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종교과 교생실습을 나가서였다. 그 시절 나에게 그랬듯 청소년에게 학교폭력이란 일상이었다. 가해자, 피해자, 조력자, 방관자라는 분류는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고 청소년에게 학교는 매일 폭력을 마주하고 꾸준히 눈감아야 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한 달여의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의 상황과 생각을 듣고 동참하며 나의 고민과 괴로움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는 답을 얻었다. 학교폭력의 문제에 있어 주변인과 조력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같이 놀아주는시혜적 시선으로는 피해자를 폭력 상황에서 탈출시킬 수 없으며, 그저 사이좋게지내자는 것은 강자의 언어일 뿐이었다. 그런 말들로는 아무도 더 나은 상황으로 이끌 수 없었고 이렇게 방관적이고 가해자 중심적인 언어는 그리스도인의 삶과는 전혀 무관했다. 교회교육에서 성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방관과 강자의 언어를 교육한다면 기독교 신앙은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할 것이다.

 

교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들이 교회를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 되게 했고 피해자들의 삶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 이제라도 교회는 청소년들에게 일상적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교회는 고통스런 삶을 살고있는 청소년들에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그들을 폭력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하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교폭력의 완력이 교회에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무엇보다 문제있는 학생으로 피해자를 바라보는 모든 시선을 멈추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어떤 문제가 있는 특수한 청소년들만이 마주하는 현실이 아닌 모든 청소년 성도들의 문제다. 나아가 이 폭력의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쩌면 사는 동안 평생 영향을 미치게 되는 모든 성도들의 문제이다. 우리는 형제 자매된 공동체로서 성도 개개인의 삶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 문제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교회가, 교회 교육이 더 이상 청소년들의 실제 삶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다음세대가 중요하다고, 다음세대가 교회의 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회가 그들의 삶의 문제를 외면할 때 우리의 공동체가, 우리의 교육이 다음세대에게 어떤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다음세대라는 배제의 언어로 호명하며 그들의 복잡한 문제와 고통은 외면하고 단지 종교적 포섭만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음세대가 아니라 현재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 성도, 현 세대로서 그들을 호명하고 함께 발맞추어 걸어가야 한다. 성도의 삶은 교회 밖에서도 이어진다. 교회 밖 삶의 문제를 깊게 성찰하지 않고 교회 안에서의 거룩과 신앙생활만 강요한다면 교회는 그저 의식 집단으로 남게될 뿐이다. 교회는 폭력을 중재하는 곳이 아니라 폭력의 피해자와 동행하며 그들을 편드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고통을 숨기는 곳이 아니라 작은 고통이라도 속 시원히 토로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교회교육이 이 시대의 폭력의 문제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을 도모하여 성도가 비폭력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대안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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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1 [09:53]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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