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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7.23 [22:55]
[NCCK 사건과 신학: 학교폭력] 샬롬, '회복적 정의'
한세리(비폭력평화물결)
 
한세리

유명인들의 학창시절 폭력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잠잠했던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온 학교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명확한 대답은 없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 샬롬, 회복적 정의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폭력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야말로 학창시절, 철부지들이 저지른 일을 문제삼아 뭐하겠냐는 시각에서부터, 행여나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창창한 아이들의 앞길을 막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그러니 조용히 좋게 좋게만 문제를 해결하자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바로 그 학창시절에, 바로 그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은 십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아니 그 상처는 몸과 마음을 파고들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를 이끌어냄으로 공동체가 회복되는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학창시절 폭력의 대상자이기도 했던 김자은은 착한 말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황필규가 직면하여 문제를 바로 볼 것을 그리고 어렵지만 정의 회복을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사건과 신학위원회 편집팀>

 

학교폭력이 일어나다.

 

경찰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으니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미 봉사명령처분이라는 처벌이 정해진 상황이지만 두 당사자를 위해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입김이 제법 나던 이른 아침, 경찰서 한켠에 마련된 아담하고 따뜻한 방에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먼저 만났다. 가해자인데 제법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오는 여학생을 환대했다. “사실, 나쁜 일이라는 것. 알고 했어요. 그런데 저도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그랬어요. 그런데 아저씨도 한번 털렸으면 문을 잠그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자기 물건 관리 못한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저 그래서 봉사명령 받았어요.” 집 앞에 주차해 놓은 개인택시에서 동전통을 여러 차례 절도한 여학생이었다.

 

회복적 대화모임이 열리다.

 

60대쯤으로 보이는 택시기사가 먼저 들어오면서 멋쩍은 인사를 전했다. “학생이 한 일로 신고까지 해서... 죄송합니다.” 여학생도 도착했다. 진행자 2명과 여학생, 택시기사 이렇게 4명이 둘러앉았다. “그 일로 지금의 마음이 어떤지 상대가 무엇을 알아주길 원하나요?” 택시기사가 말문을 열었다. “당뇨약을 먹어가며 하루하루 고생해서 버는 돈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많이 화가 났습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다고 경고문도 써 놓았는데 무시하듯 차도 어지럽히고... 분해서 요즘 혈압약도 다시 먹고 있습니다. 당뇨에 혈압이 올라서 일을 한동안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심해졌으면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학생이 경찰서 와 있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 아저씨의 미안하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여학생이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께 죄송해요. 돈을 가져갈 때도 죄송한 마음은 있었어요.”

 

한참 침묵이 흘렀다. “그 일이 있었을 때,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고 상대가 무엇을 알아주길 원하나요?” 두 번째 질문에는 여학생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사실 저는 엄마랑 둘이 살아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어울리려면 돈이 필요한데... 엄마께 달라고 할 수 없어서... 그 날 친구들이랑 틴트 사러 가기로 했는데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갈까 말까 망설이며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차 문이 열려 있고 돈 통이 보이길래... 친구들이 너 돈 없어서 못 오는 거냐고.... 잘못된 일인 것 알고 했어요. 죄송해요.”

 

택시기사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지금 60살이 넘었어, 국민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고 어렵게 자랐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서 지금 이 택시 한 대 마련해서 아이들 다 키웠어. 돈 없는 마음 내가 잘 안다. 한번 없어졌을 때, 차에 있는 블랙박스에 얼굴도 찍혀있고 했지만 내가 돈 없었을 때 생각이 나서... 그런데 점점 횟수가 많아지고 경고문도 무시하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자라면 안되는데, 돈이 없어도 자신이 노력해서 바르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에 한번은 바로 잡아주고 싶어 신고했다. 미안하지만 아저씨 마음이 그랬다.”

 

샬롬. 회복적 정의

 

문을 열어 둔 아저씨도 잘못이라던 여학생은 아저씨의 마음을 듣고 진심이 담긴 사과를 전했다. 눈물도 보였다. 여학생의 사연을 들은 아저씨는 어려움이 있을 때 찾아오라며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그럼에도 여학생은 절도의 책임으로 봉사명령시간을 채워야 했다. 달라진 것은 기꺼이 책임을 지고자 하는 자발적인 마음과 진심을 담은 사과를 전한 일이다. 대화모임을 마치고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평생 나는 도둑년이야 하고 살 뻔했는데... 고맙습니다.”

  

 

나는 이 과정을 샬롬, 회복적 정의라고 말하고 싶다. 고통스러워하는 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경청하고 회복되도록 모두가 돕는다. 잘못한 자는 징벌하고 내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사랑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통의 회복,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이 일어난다. 화해와 치유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최근, 연신 학교폭력 논란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화해와 치유가 일어나는 순간, 그 순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주님은) 우리 죄를, 지은 그대로 갚지 않으시고 우리 잘못을, 저지른 그대로 갚지 않으신다.” - 시편 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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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1 [09:44]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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