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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7.23 [22:55]
[한평우 목사 로마의 산책] 비겁함
한평우 목사의 로마산책
 
한평우

세상에는 용기 있는 사람보다 비법함을 따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용기를 실천하는 것은 대가가 만만치 않고 때로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만, 못 본척하거나 침묵 내지는 비겁함을 좇는 것은 상황을 편안하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상황에서 한평우 목사가 유일하게 산책하는 공원     © 한평우

 

 

역사적으로 비겁한 사람들은 헤일 수 없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회자되는 사람이 있다면 예수님을 유대인들에게 넘겨준 총독 빌라>가 아닌가 싶다.

 

그는 유대 총독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비겁함 때문에 사도신경에 기록되었고 이천년 동안 매일매일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그의 이름이 소환 당하고 있다. 비겁함의 대명사로.

 

그는 유대인과 종교지도자들의 예수에 대한 고소 건에 대해 재판관이 되었다. 그리고 로마법에 의해 예수님을 무죄라고 판단했다. 저들의 종교적 시기심 때문에 야기된 사건임을 간파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과 양심에 따라 무죄로 선언 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다. 역사적으로 유대총독으로 간다는 옷 벗을 각오를 하지 않고는 통치하기 힘든 지역이었다.

 

황제를 신으로 여기는 로마로서는 유일신을 고집하고 하나님의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자부심에서 양보나 타협을 거부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고로 로마의 총독은 적당히 근무연한을 채우고 귀환하는 것을 상책으로 여겨야 하는 지역이었다.

 

빌라도는 그 지역 5대 총독으로 26년부터 36년까지 근무했다. 그는 자신의 통치영역인 유다, 사마리아, 이두매를 10여 년 간 다스렸다. 유대인들이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율법을 이해하고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기 보다는 때로는 힘으로 밀어붙이곤 했다. 그것은 가장 손쉬운 통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 후에 유대인들의 합창하듯 외침에 항복하여 예수님을 넘겨주고 말았다. 자신은 예수님의 피와는 무관하다고 군중들 앞에서 손을 씻었지만 말이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빌라도는 뇌물을 좋아했고, 폭행, 약탈, 학대, 잔인함 등으로 소환되어 갈리굴라 황제로부터 사형언도를 받아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죄 없는 예수님을 군중의 위협 앞에 굴복하여 그들에게 넘겨준 빌라도 총독, 오늘도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그의 이름을 반복하여 불러낸다. 나는 전혀 비겁함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처럼

 

그러나 돌아보면 나 역시 일상에서 비겁함을 수없이 선택한다. 잘못을 보고도 양심을 속이고 입을 닫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침묵함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애써 위로하면서 말이다.

 

목숨을 걸고 진리를 외치다가 순교하신 분을 존경한다고 입으로 말하면서 반세기 전에 쓴 시인 김수영 님의 시가 얼굴을 붉히게 한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 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 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김수영(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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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21 [08:14]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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