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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10.05 [20:30]
[혁신교육포럼]혁신교육이란 무엇인가?
안선영 장학사(경기도교육청) 발제문
 
안선영

인터넷신문 뉴스파워(대표 김철영)는 8일 오후 2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혁신교육이 가야할 길을 주제로 교육포럼을 열었다. 다음은 경기도교육청 안선영 장학사의 "혁신교육이란 무엇인가" 발제문이다.(뉴스파워)

▲ 경기도교육청 안선영 장학사가 발제하고 있다.     ©뉴스파워



경기도교육청에서 발간한 경기혁신교육 10년을 돌아보는 책에는 혁신교육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 사회와 공교육이 직면한 문제에 답하려는 종합적인 혁신 운동이다.(김상곤, 2012)경기혁신교육은 공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미래지향적으로 한 차원 높게 변화, 발전시킴으로써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경기혁신교육은 학생들이 마땅히 행복하고 당당하게 삶의 주체과 되어야 한다는 믿으로 출발했다. 우리 교육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공교육을 현신하고, 교육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했다.

교육에 대한 의견을 100명에게 물으면 100개의 답이 나온다. 그래서 교육정책은 어떤 것을 내놓아도 거센 반발과 저항이 뒤따른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어려우니 혁신교육 이전과 이후 경험을 통한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학생들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첫 출근을 했다. 학교에 가 보니 2학년 담임과 학생부 생활지도 업무를 하란다. 일찍 출근해 아침 7시부터 교문에서 학생들 잡는 일을 했다. 명찰, 교복, 두발, 가방브랜드(특정 상표가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해당 브랜드의 가방은 단속 대상이었다.), 심지어 양말 색깔까지 검열했다.

학생부장 입장에서 난 꽤 매력적인 부서원이었을 것이다. 왜냐면 학생들 단속을 잘하는 쎈 언니였기 때문이다. 담배나 라이터를 소지만 해도 퇴학이었는데 담배 냄새를 잘 맡았던 나는 흡연 학생 잡는 귀신이었다. 그 아이들이 학생부에 잡혀 와 심하게 매를 맞고 심지어 학교에서 쫓겨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아침 교문지도, 각종 회의 참석, 0교시 보충수업, 본 수업, 방과 후 보충수업, 자율학습 감독... 매일 반복되는 과도한 수업과 업무는 학생들에게 정성을 다 하겠노라 다짐했던 첫 마음을 너무도 금방 거둬가 버렸다. 인문계열 학급에 수업을 들어가면 대부분의 학생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대학진학에 수리영역이 필요 없으니 수학 시간에 푹 쉬고 자신이 필요한 교과목 시간에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듣겠단다. 수업을 듣는 몇 안 되는 학생들과 조용조용 수업을 하면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참 열심히 가르쳤다.”

t : “영훈아 로 갈 때”... “ 가 어디로 간다고?” “영훈아 엎드리지 말고~”

s : “아 왜 나한테만 그래~~~~”

결국, 영훈이는 책상을 엎어버리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진심을 다해 열심히 수업을 한 죄 밖에 없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너무 창피하기도 하고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영훈이 뒤통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너 지금 그렇게 가면 다시는 학교에 못 올 줄 알아

중학교로 학교를 옮기고도 마찬가지였다. 점수로 학생들의 수준을 나누고 N+1(3개 학급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운 후 4학급으로 나눴을 때 마지막 반) 수업을 마치고 나면 내가 교사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점수가 낮은 것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창피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입으로 수학 못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아예 수학을 포기해 버렸다.

입학할 때 교칙에 잘 따르겠다고 선서를 했으면 규정에 잘 따라야지라며 교칙을 어기는 학생들을 열심히 잡았다. 그 선서가 얼마나 반인권적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노력하지 않는 학생들을 원망했다.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에 문제가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학생들 생활지도와 수업이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던 선생님들이 돌파구로 찾은 것이 혁신학교였다. 뭐라도 시도해 보지 않고는 더 이상 교사로 못 살 것 같아 혁신학교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신청에 동의했다. 그렇게 혁신학교를 만났고 모든 문제를 나로부터 찾기 시작했다. 내가 바뀌고 교사들이 바뀌자 아이들이 바뀌어 갔고 수업이 수업다워져 갔다.

너무 늦었지만 어설픈 의욕만 앞섰던 교사를 만나 상처 받았을 모든 이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학생의 말을 온전히 믿어주지 못했던 일, 성적은 낮아도 다른 재주와 더 멋진 매력을 알아봐 주지 못했던 일, 비교하고 상처 줬던 일... 미처 알아채지 못한 무수한 잘못들을 따지러 학생들이 찾아온다면 언제든 무릎 꿇겠다는 마음이다.

지금도 여전히 매일 매일 잘못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다만 혁신학교를 경험한 후에 바뀐 것이 있다면 그 잘못이 학생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인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 선생(先生)먼저 난 자를 의미하니 어른들은 모두 선생이다. 그렇기에 혁신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앞에 선 모든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다. 늦게나마 전하는 반성문이 그 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과제가 새롭게 세팅되었다. 교육 분야는 6개의 과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이다. 이 과제의 하위 과제 중 혁신학교 성과분석 및 우수사례 발굴이 있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분석하고 우수사례를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혁신학교 정책을 처음 도입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교육부장관 자리에 앉았다. 201811일자로 교육부에서 이 업무를 담당했다. 가자마자 처음 접했던 숙제가 교육부장관의 EBS 출연에 따른 방송사의 사전 질문지에 답을 다는 일이었다. 첫 번째 질문이 혁신학교가 무엇입니까?’ 였다. 이걸 만든 분이 더 잘 알 텐데 왜 나한테 답을 쓰라는 거야 툴툴거리며 문서를 뒤적이는데 존중과 배려가 있는 학교, 배움이 즐거운 학교 등의 표현으로 혁신학교를 규정하고 있었다. 혁신 언저리에서 10여년을 살아왔으면서 그 표현이 새삼스러웠다. 학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고 배움이 즐겁지 않구나.. 그래서 혁신학교를 학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할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상정하고 공교육 정상화 모델이라고 했나보다. 그런데 난 이런 미사여구 말고 경험에서 출발한 혁신학교 정의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혁신학교는 일신우일신 하는 학교라고 답을 적었다. 물론 과장님께 혼나고 결국 교육부스러운 답으로 고치긴 했지만 지금도 혁신학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 일신우일신 하는 학교라고 답하겠다. 불편한 것, 부당한 것에 대해 피하거나 뒷전에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스스로 그것을 해결해 가는 학교, 그러면서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는 학교니 나날이 더욱 새로워지지 않겠는가?

혁신학교를 반대하던 정권이 바뀌니 혁신학교를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교육부 생활 2년간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써야 했다. 혁신학교 공격의 주요 포인트는 학력 저하다. 하지만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는 이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다. 학력이 떨어진다는 근거 있는 연구결과를 본 적도 없을뿐더러 학교를 집값과 연결 짓는 어른들이 부끄러울 뿐이다. 혁신학교의 가장 큰 성과는 교사의 자존감 회복에 있다고 본다.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고 학생이 학교에 있는 동안 교사들이 학생 곁에 있을 수 있도록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나보다 우리는 똑똑하다.’라는 것을 증명하듯 어려운 일을 함께 해결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것이 학생들에게는 어떤 이로운 점이 있냐고 질문하면 말로만 난무하던 이상들을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늘 협력하고 소통하라 말하는 교사들은 별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력도 많이 떨어진다. 그런데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실천을 전제로 학생들에게 소통과 협력, 배려를 가르쳤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쳤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혁신교육이 무조건 무엇인가를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이건 아닌데 하는 것들이 학교에 여전히 남아 있는데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요즘 선생님들께 20년 전에는 학생들 양말 색깔도 잡았어요. 교복 위에 외투는 흰색, 회색, 검정색만 가능했고요. 라고 말하면 왜요? 라고 묻는다. 학생인권은 응당 사람이 가져야 할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학생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통제의 대상으로 학교문화가 1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임용이 되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교사문화를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전문적학습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연중 배우고 나누고 협의한다. 스스로 이 귀찮은 일을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잘 배우는 교사에게 아이들도 잘 배운다. 공부라는 것이 누가 하라고 해서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모든 배움이 그렇다.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욕구가 전제되어야 비로써 배워진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정해진 시간에 떠밀려 하루를 보내는 학생들 속에는 어떤 욕구가 들어 있을까? 욕구가 사라진 자리에 욕심이 비집고 들어오게 어른들이 닦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는 주되 스스로 배움의 욕구가 생길 때까지 좀 기다려주면 좋겠다. 어떤 이유이든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으면 잘 배울 수 있다. 어른들의 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 마음 잠시 접어두고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 믿고 기다리는 것, 그리고 어른들도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혁신교육이다.

경기혁신교육 10년의 글로 발제를 마친다.

혁신의 바람은 교사의 열정, 학부모, 지역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 시작돼 교실수업과 학교문화를 변화시키고 정책으로 제도화되었으며, 마을교육으로 확대·발전했습니다. 새로운 변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혼란 속에서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은 더디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의 희망은 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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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08 [18:02]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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