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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1.27 [18:33]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27]새로운 예감
박영 화백(홍대 미대 서양학과, 프랑스 유학, 크리스천정신문화연구원장)
 
박영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 헨렌 니어링

 

▲ 박영 화백의 그림     © 박영

 

빨래도 젖고, 이불도 젖고, 텐트 속 책도 젖고 내 마음도 젖어간다. 작업의 무익한 시간과 게으름의 생산적인 시간을, 그리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되었고, 잊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간을 생각한다. 하나씩 하나씩 쌓아올린 지식들이 나의 참된 지식을 막고 있다. 저 비가 내리는 바깥 어디엔가 꿈에 그리던 누군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창백한 달빛 아래 서 있는 나무들, 더 심한 궁핍과 더 비밀스러운 고독, 더 거대한 공간 속에서 나는 진정한 소명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비의 세계는 우리를 채워주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것을 비워버린다. 삶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란 무관심일까? 새로운 예감이 머리를 친다.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숲이 나를 부른다. 그래! 소유하지 않으면 풍부해진다지. 위대한 사람에게 너무 작은 것이란 전혀 없다. 만일 인간이 계속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언젠가 떠날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을 감싸 안아야 한다. 정말이다. 나는 강아지처럼 단순한 삶의 규칙을 가지고 싶다. 자연이 나를 끝없이 괴롭힐 수도 있고 주인이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마음의 순수를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나는 살기 보다는 차라리 왜 사는지 스스로에게 묻도록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다. 어떻든 세상 주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약함을 용기 있게 인정해야 한다. 장 그르니에 말처럼 존재하는 것은 모든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하나의 힘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가아주 작고 소소한 숲이 한 생애의 커다란 몫을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빛나는 죽창이 되지 말고 옥퉁소가 되어야 한다. 난세의 영웅은 죽창을 들지만 시인은 대를 깎아 대금, 중금, 소금의 3죽으로서 피리를 불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아내를 따라 시인의 모임에 갔다가 들은 얘기다.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들꽃 세상에 오신 희락천사 같은 시인인 내 아내는 침묵으로 세상을 일관한다. 서로의 감성의 속살을 부빌 수 있는 사람,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그녀의 목소리 속에 스며 나오는 신비한 여운을 사랑한다.

위대한 행동은 그 향훈을 뒤에 남긴다. 위대함의 들판에는 그 여운이 계속 머무른다. 형태는 바꾸거나 지나가고 신체는 썩어 없어지지만 정신은 계속 머무르면서 영혼의 신성한 자리를 빛내어준다. 아주 여러 세대 전에 살아서 우리가 알지 못하고 또 우리를 알지 못하는 위대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깊이 생각하며 인생의 심오한 꿈을 꾼다. 그리하여 그 비전의 힘이 그들이 알지 못하는 후대 사람의 영혼 속으로 흘러든다.” 조수아 로렌스 체임벌린의 말이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 하겠다고 했던 안네 프랑크, 그 암울한 상황에서도 그 소녀는 자작나무 밑둥치에 자란 차가버섯처럼 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선택을 했다.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고통이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도 마치 낙숫물처럼 한 방울 한 방울 우리의 마음 위로 떨어져 내릴 때 우리가 절망의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탈출의 염원을 간절히 호소할 때 전능하신 신의 은총을 통하여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혜가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다시 용기를 내자. 생각대로 살자.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쾌남아 소설가 파울로 코엘로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우리를 위로한다. “두려워해도 됩니다. 걱정해도 됩니다. 그러나 비겁해지지 마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용감해 지십시오. 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의미 있는 그것을 위해

그래! 그래, 마음의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에서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생각이 어두우면 환한 햇빛 속에서도 밝음을 볼 수 없다고... “우리는 다른 삶, 다른 존재 방식,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울타리 바깥을 꿈꾸게 된다.” 들뢰즈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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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24 [07:55]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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