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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2.26 [14:41]
[신성욱 교수의 설교단상]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ACTS 설교학 신성욱 교수의 설교단상
 
신성욱
▲ 포도주 술통     ©뉴스파워
[1] 19세기 캠브리지 대학의 종교학 과목 시험시간에 주관식 문제가 하나 출제됐다. 문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논하라”였다.

시험 시작종이 울리자 일제히 답안지에 펜촉 닿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지만 유독 한 학생만은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감독관이 다가가 주의를 주었지만 학생은 시험에 하나도 관심 없어 보였다.
 
[2] 시험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학생의 멍 때리기는 계속 됐다.
그러자 화가 난 감독 교수가 다가가 백지제출은 당연히 영점 처리되고, 학사경고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뭐든 써넣어야 한다고 최후통첩 했다.

이 말에 딴청을 피우던 학생의 시선이 돌연 시험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정말 단 한 줄만 써놓고 고사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3] 하지만 달랑 한 줄 답안지는 이 대학 신학과 창립 이후 전설이 된 만점 답안지였다.
그 학생의 이름은 훗날 셸리, 키츠와 함께 영국의 3대 낭만파 시인 중 한 사람이었던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대학의 모든 신학과 교수들을 감동시켜 올하트 받은 바이런의 촌철살인 답안은 바로 이것이었다.
“The water met its master and blushed.”(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4] 물이 자신을 창조하신 창조주 중 한 분을 만나니 수줍은 듯 붉어졌단다. 
역시 시인답게 탁월한 상상력이 고도로 발휘된 기막힌 표현이다.

하지만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요한복음 2장에 나오는 기적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는 성경적으로 좀 더 깊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5] 물과 포도주가 무얼 의미하는지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 다르다. 
포도주를 ‘성령’으로 보는 이도 있고, 예수님이 장차 흘리실 ‘보혈’로 보는 이도 있다.
뭐가 맞는지를 알기 위해선 반드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잔치집에 포도주가 떨어졌으면 떨어진 포도주 통에다가 물을 부으라 해서 포도주로 바꿔주심이 타당할 것이다. 
 
[6] 그런데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텅 빈 포도주 통이 아닌 결례통에다 물을 채우라 하신 후 포도주로 바꿔주시는 쪽을 선택하셨다. 
결례통은 잔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손을 씻는 수단이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물을 넣는 통이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결례통에다 물을 아구까지 채우라 명하셨다.
 
[7] 왜 그러셨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해야 정상이다. 그리고 궁금해야 물과 포도주가 무얼 뜻하는지가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결례통의 물로는 사람의 손의 더러움만 씻어줄 뿐 사람의 영혼의 죄는 씻어줄 수 없다.
붉은 포도주가 상징하는, 예수님이 장차 흘리실 거룩한 보혈만이 우리 영혼의 더러움을 정결케 할 수가 있다. 
 
[8] 결례통의 물은 구약의 양 잡는 제도나 율법이나 규례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것들로는 우리의 죄를 해결할 수가 없다. 
이것들을 대체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요, 보혈 흘림 사건이다. 
구약을 대체한 신약, 율법을 대체한 복음, 양의 희생을 대체한 그리스도의 희생을 의미한다. 만일 떨어진 포도주 통에다가 물을 부어 포도주로 만들어주셨다면 ‘대체’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9] 때문에 결례통에다가 물을 부은 후 포도주로 대체하신 것이다.   
이 사건을 단순한 ‘기적’(miracle)이 아니라 ‘표적’(σημεῖον, sign)이라 한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은 “와, 정말 대단한 기적이군!”하고 말아버릴 사안이 아니라, “도대체 이 기적이 가리키는 바 그 깊은 영적 의미는 뭘까?”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그렇다. 
 
[10] 예수 그리스도는 포도주가 떨어져서 수치를 당할 위기에 처해진 한 가정의 체면을 채워주신 ‘기적 시혜자’(miracle maker)가 아니라, 죄인들의 죄를 정결케 하셔서 구원으로 인도하실 ‘구세주’(savior)이시다. 
그런 예수님을 오늘 우리는 어떻게 알고 믿고 누리고 있는지? 
그저 내 건강과 생활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시는 기적 시혜자로만 알고 살아가고 있진 않는지?
 
[11]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수줍음’의 의미가 아니라 본문 저자가 의도한 ‘송구함’과 ‘감사함’의 의미라면 바이런의 시는 가히 지상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나의 모든 더러운 죄들을 말끔히 해결해주실 구세주이심을 믿고 날마다 그분을 맘껏 누리고 체험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행복한 시인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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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23 [05:59]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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