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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2.25 [18:04]
[한평우 목사의 로마산책] 길
이탈리아 로마에서 쓰는 묵상노트
 
한평우
 
공원 한편에 옛 길을 발굴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볼 수 있도록 했다. 마차가 서로 비켜가기는 힘든 너비로 비아 아피아 보다는 좁지만 더 오래된 길이다.
 
안내판에는 로마이전에 거주했던 에트루스 족(BC8세기)들이 사용했던 길인데 BC 380년경에 만들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로 존재했었는데 공화정시대에 비아아피아처럼 돌을 깔아 튼튼한 길로 확장했을 것이다.   
▲ 로마 공원     © 한평우
 깔아놓은 돌에는 마차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깊이 파여 있다.
이 정도로 돌이 깊이 파일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마차들이 이 길을 따라 오갔을 까 싶다. 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깊이 파인 자국들만 길에 남아있다.
그 길은 오롯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길은 무엇일 까?
왜 길은 이처럼 생겨나는 것일 까?
다양한 취미와 기호를 가진 인생들이 눈에 좋은 대로 터를 잡기 위해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어떤 자연인은 그 깊은 산 계곡에 자리 잡기 위해 십여 년 이상을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처럼 사람이 자신의 둥지를 만든다는 어려운 일이다 싶다.
나 역시 그중 한사람일 테고….  

충청도의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로 갔고 서울에서 또 낯선 곳 로마로 왔고 이곳에서 40여 년간을 살면서 길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친구는 시골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남미로 남미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다시 서울로 들어갔으니 거주에 대한 것은 순전이 내 뜻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것이 그가 만드는 삶의 길인지도 모른다.
 
오래 전에 나폴리에 있는 나토 기지에 근무하는 국제 결혼한 가정이 모이는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이십여 년 가까이를 다녔다. 그들의 간증에 의하면 조국에 살면서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갈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짐 했다고 한다.

나는 언젠가는 저 비행기를 타고 조국을 떠난다고,
그랬더니 때가 되니 미국을 가게 되고 또 이곳 나폴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나폴리의 삶은 그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길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길도 존재할 것이다. 
삶의 방법도 길일 수 있고,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나름대로의 길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탁자보다도 작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그 위험한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기 위해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올랐던 길이 아니라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려고 말이다. 
그것은 목숨을 버릴 각오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길이다.
 
길을 내려는 사람들,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때로는 그 길에서 동료가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인간들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정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바닥에 깔려 있는 돌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마차들이 다녔는지 닳았고 윤기가 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다녔을 까?
아마도 온갖 사연들이 길에는 담겨 있을 것이다.
기록이 지워진 핸드폰을 포렌 식으로 다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기술력이 발달되어 저 닳아진 길을 포렌식으로 찾아낼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역사가 새롭게 밝혀질 지도 모른다.      
 
인생은 누구나 살아간 만큼 길을 만들게 된다.  
오히려 길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길은 아주 작은 부분만 알려지고 대부분은 개인적인 기억에 저장된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부분들, 죄스러운 편린들은 모두 내 속에 꼭꼭 숨겨둔다.
 
그 누가 나의 길은 이렇다.
그러니 나의 길을 따라오라, 말할 수 있을 까?
길지 않은 인생길인데 남은 여정만큼은 자랑스러운 자국을 만들어야 갰다 싶다.
돌을 깊은 자국을 만든 마차,
아마도 마차 주인은 바퀴를 더욱 강한 쇠로 덧씌웠는지 모른다.
그 강한 바퀴가 누워있는 돌 판위를 사정없이 지나칠 때마다 깔린 돌은 비명을 질러야 했고,
그 비명들이 저 깊은 상처를 내게 되었다.
 
길, 나의 길이야 말로 그 누구에게 상처를 만들 수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이왕 내는 길이라면 아름다운 길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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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20 [06:05]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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