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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3.05 [21:19]
[로마에서 쓰는 한평우 목사의 교회사 산책] 봄
로마에서 쓰는 한평우 목사의 교회사 산책
 
한평우
 
 
시인 이상화님은 노래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말이다.
 
조국을 빼앗긴 처절한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을 바라보면서 비통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지은 시다.

역시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로 인해 온 세계가 고민했고 고통하는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미 2백3십만 명이 넘는 이웃을 코로나로 떠나보내야 했다.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말이다. 더 나아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보내고 있다.
▲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공원     © 한평우
 
답답하여 공원에 갔더니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듯 미모사 꽃이 노란 모습으로 꽃을 피워내고 있다. 차가운 겨울 동안 숨죽이고 있더니 어느 사이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듯이…. 
 
“나도 한 겨울의 쌀쌀함을 웅크리고 견디어 왔소.”
“당신도 힘들겠지만 잘 견디기 바라오.”
'언젠가는 오늘의 고통을 추억으로 여기게 될 때가 올 것이오' 라고 말하는 듯하다.
 
돌아보면 로마는 영광스러운 날도 많았지만 고통스런 과거도 많았다. 그런 수치스러운 때를 로마의 약탈(Sacco di Roma)이라고 칭한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든 지 10년 째 되던 152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군이 교황을 징벌하기 위해 로마로 진격했다. 천년 이상 교황을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뼛 속 깊이 배운 유럽 사람들은 하나님의 진노가 두려워 교황청에 대해 함부로 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서 교황청은 군대가 없고 대신 몇 백 명의 스위스 용병들이 지키는 상황이었으니 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관계가 좋지 않을 때도 엄포하는 정도로 성명을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신성로마제국에 고용된 용병들은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황청에는 값나가는 보물과 속죄권을 통해 거두어들인 막대한 돈이 있다고 병사들을 유혹했다. 

카를로5세는 돈에 굶주린 병사들을 이끌고 로마를 공격했다. 저들은 닥치는 대로 교회당에 불을 질렀고 죽이고 약탈했다. 이런 잔인한 파괴로 로마에서 르네상스의 건물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로마 인구 9만 여 명 중 6만여 명이 살해와 유린을 당했다. 얼마나 잔인하게 짓밟았는지 역사가들은 네로의 화재나 켈트족의 공격, 그리고 여러 번에 결친 게르만이나 바이킹의 파괴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컸다고 한다.
 
건물들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여러 명의 추기경들이 죽임을 당했고 수녀들은 강간 내지는 팔려가야 했다. 더구나 신성로마 제국군은 대부분 루터 교를 신앙하는 자들로서 바티칸을 악마의 소굴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루터교 교도들이 종교 재판에서 이단으로 판정 받아 화형을 당하거나 고문을 당했기에 그에 대한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되었다. 그러니 저들의 행한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들은 로마를 잔인하게 약탈하고 6개월 동안이나 점령군으로 머물렀다.
 
T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1차 대전으로 양쪽은 모두 3천5백 만 명이 죽어가야 했다. 그런 현실을 바라보면서 전쟁을 통해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런 황무지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 봄의 모습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 까?
 
역시 잔인하게 유린당한 로마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을 것이다. 점령군에 의해 온통 파괴되어 버린 건물들의 잔해 더미에서 작고 여린 이름 모를 식물들은 돋아났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는 표정으로 말이다.

아마도 봄은 과거의 상처를 싸매어 주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한다. 죽어버린 나뭇가지에서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상스레 소망이 일어나고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인생들은 그 많은 고난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지만 눈으로는 웃고 있다. 부모의 손에 끌려온 아이들은 수 없이 재잘거리고 있다. 마치도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처럼…. 우리 곁에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꼼짝도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봄이 주는 놀라운 희망이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임하였으면 한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웃고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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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10 [21:18]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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