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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1.25 [20:50]
[예수칼럼] 거기 너 있었는가?
다시 읽는 김준곤 목사의 ‘예수칼럼’
 
김준곤

 

▲ 고 김준곤 목사 묘소에 세워진 고인의 메시지 "내 가슴 한복판에 십자가를 세우고 속죄에의 불타는 사랑을 담자. 이 불로 하나님을 불같이     ©뉴스파워

사랑하는 둘째 딸 신희는 만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82년 4월 26일, 화창한 봄날이었다. 위암 수술을 받은 날부터 167일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던 신희는 끝내 숨을 거뒀다. 위암 수술을 받은 날부터 167일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신희는 전주예수병원 병실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아내가 신희의 눈을 감겨주었다. 의사와 간호원들이 들어와 산소 호스와 목에다 심장으로 꽂은 주사바늘을 빼냈다. 

나는 그 방에서 모두 나가주기를 청했다. 신희와 단 둘이만 있고 싶었다. 그의 고통은 끝났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내게 터질 것만 같은 고통의 태엽이 한 가닥 축 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신부처럼 주님 품에 안겼을까, 어린 딸로 안겼을까, 나와 자신의 사체(死體)를 바라보고 있을까. 

꼭 붙잡고 있는 신희의 손목이 서서히 굳어지며 차가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종잇장 같이 마르고 창백한 얼굴은 분명 태풍이 지나간 뒤의 호수같이 잔잔하다. 지상의 산 사람 얼굴 중에 이토록 성스럽고 가난한 여인의 얼굴이 있을까. 

시간이 흐른다. 나는 언어도 행동도 존재조차도 정지된 제로점에 선 것이다(Be nothing, Do nothing, Say nothing). 십자가 상의 주님을 쳐다본다. 가시관 밑으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 주님의 제로와 나의 제로, 주님의 고통과 내 고통, 주님의 죽음과 내 죽음, 신희의 죽음이 만나고 있는 것일까. 잠시 뒤에 생각했지만 나는 주님이 섭섭했던 것이다. 그리도 가냘픈 아이에게 그리도 가혹한 고통을 주시다니. ‘주여…’ 하고 부를 힘이 없었던 것이다.

종잇장 같이 마르고 창백한 신희의 얼굴은 태풍이 지나간 뒤의 호수같이 잔잔하다. 나는 언어도, 행동도, 존재조차도 정지된 의식의 제로 점에 섰다. 십자가 위의 주님을 바라보니 가시관 밑으로 피가 흐르고 있다. 주님의 제로와 나의 제로, 주님의 고통과 내 고통, 주님의 죽음과 내 죽음, 신회의 죽음이 만나고 있는 것일까. 잠시 뒤에 생각했지만 나는 주님이 섭섭했던 것이다. 가냘픈 아이에게 그리도 가혹한 고통을 주시다니.

이윽고 내게는 한 가지 기적이 일어났다. 깊은 존재의 밑바닥, 주님이 뚫어버린 지하에서 지하수가 솟듯 세미한 음성으로 찬송이 터져 나왔다. 찬송의 영이 주어진 것이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주님 그 십자가에 달릴 때, 오~때로 그 일로 나는 떨려 떨려 떨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그것은 분명 내가 아니라 내속의 성령이 대신 부르신 찬송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살아계셨다. 그때 그곳에도 나와 함께 계셨다. 지금 죽을 만큼, 극심한 고통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가?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는 주님의 모습을 묵상하라. 주님과 처음 사랑을 상실했는가? 당신을 사랑하다 심장이 터져 버린 예수님을 묵상하라. 일어설 수 없는 절망 가운데 있는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라. 예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함이 없으시다.

 
*이 칼럼은 김준곤 목사가 2009년 8월 7일 국민일보 <내 삶의 찬송>에 기고한 글이다. 생전 언론 기고문으로 마지막 원고이며, 2009년 9월 29일 11시 11분 소천하셨다.

*한 손에는 복음을, 한 손에는 사랑을’이라는 쌍손 선교를 실천한 한국CCC 설립자 김준곤 목사의 <예수칼럼>. 한국 기독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참된 신앙인인 저자의 선지자적 영감과 시적 감성으로 쓰인 잠언록이다. 민족과 역사, 그리고 그리스도에 대한 외침을 담아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고백뿐 아니라, 복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우리 영혼을 전율시킨다. 출간 이후 최장기,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써 수많은 젊은 지성인들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예수칼럼>은 파스칼의 <팡세>에 필적할 만한 현대적인 고전으로 평가되며, 특히 문체의 간결성과 심오한 기독교 사상은 독자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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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10 [08:54]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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