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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7.06 [07:05]
[NCCK 사건과 신학] n번 방의 괴물들
이난희(한국여신학자협의회 홍보출판위원장), [NCCK 사건과 신학]성(性), 몸의 언어에 대한 예의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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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게 무엇인가 싶었다. 엔포 세대라는 말은 들어보았는데, 엔번 방이라니... 노래방이나 만화방 같은 그런 방인가 생각도 들었다. 엔번 방 사건은 디지털 성착취 영상 불법 거래 범죄 사건이었고, 예상하듯이 그 피해자는 주로 여성들 특히 십대 혹은 그 미만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이 사건의 범죄 행위는 단순한 성착취 영상만이 아니라, 피해 여성들을 노예로 지칭하고 상품으로 취급하고 학대하며, 강간모의와 살해협박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악질적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충격을 경험하였다.

 

이번 엔번 방,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드러낸다고 보여진다.

첫째,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20대 미만의 매우 젊고 어린 연령층이다. 이 젊은 세대는 영상을 찍고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이 영상을 올리고 공유, 유포하는 일에 매우 친숙하다. 어린 아이들조차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친구들에게 영상을 보내는 등 스마트폰을 보며 자란다.

 

둘째, 가해자들이 사회적으로 평범하게 보이는 대학생, 직장인 등으로 이들은 우리 사회의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식인이라 볼 수 있다. 엔번 방을 만든 가해자들 중 조주빈은 박사방이라는 이름의 유료 방을 운영하였는데, 그는 이름조차도 최고의 지식과 학문적 훈련 과정을 나타내는 박사를 사용하였다. 이들은 수도권 소재의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중이며, 컴퓨터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정보통신, 과학기술을 상대적으로 잘 다루는 이들이다.

 

셋째, 엔번 방과 같은 디지털 성착취 영상 불법 거래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상에 그 동안 매우 만연해 왔고 그리고 여전히 많이 범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50만원씩이나 지불해야 하는 엔번 방의 이용자 및 관람자가 25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엔번 방을 소수의 가해자 몇몇이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비싼 돈을 지불하고 보려는 또 다른 가해자인 남성 소비자들이 없었다면, 엔번 방은 곧 사라졌을 것이다.

 

엔번 방, 디지털 성착취 사건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 그리고 교회여성들 및 여성신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과 고민을 제기한다.

 

첫째, 무엇이든 영상으로 찍는 시대, 비주얼 만능 시대의 그림자를 숙고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그야말로 무엇이든 찍어대는, 비주얼 만능, 영상 만능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느 드라마에서 고등학생 두 명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싸움을 벌이자, 주위의 동료 학생들이 그들을 말리려고는 하지 않고,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기만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영상을 찍고 보여주는 문화 속에서 살다 보니, 그 영상을 매개로 하는 엔번 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상과 비주얼 만능, 일상화라는 현상의 그림자를 살펴보고, 그것이 지나치다면 자제하고 줄여야 할 것이다.

 

둘째, 영상과 비주얼 만능이 인간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영상 만능의 시대에 어린 학생들 및 젊은이들은 특히 자신의 얼굴과 몸, 옷 등 외모나 생활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려서 남들에게 보이고 자신을 드러내며 때로는 자랑하고 과시하는 문화에 매우 친숙하다. 남들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드러냄으로써 남들의 환호와 인정, ‘좋아요라는 박수갈채를 받는 데에서 만족을 느끼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자존감은 아니다. 자존감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와 상관없이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찍고 보이고 드러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이 낮음을 오히려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주얼과 과시에의 지나친 몰두를 경계해야 한다.

 

셋째,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라는 기준이 예쁨, 섹시 지상주의를 낳는다. 비주얼 만능의 시대는 특히 여성에게 예쁘게, 섹시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요와 명령을 낳는다. 텔레비전과 인터넷,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매체의 구석구석에 여성의 섹시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강요하는 온갖 다이어트 용품, 화장품 및 성형수술, 시술의 광고들이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성을 하나의 존엄한 인간으로, 남성과 동등한 인격을 지닌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소비하고 쾌락을 누리는 그리고는 버리거나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대상, 사물, 상품으로 보는 관점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엔번 방 사건의 주범 가해자들 및 남성 참여자 가해자들이 여성을 강간하자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넷째,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 대학교육의 그림자를 비판적으로 숙고하고, 개선해야 한다. 엔번 방을 최초로 만든 갓갓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등이 수도권 소재 대학의 대학생들이었다는 점이 너무도 경악스러웠다. 심지어 조주빈은 대학의 학보사 편집 일도 하고 자원봉사도 했던 인물이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으로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나온 사람들이 엔번 방 사건 같은 악질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공교육이 인간의 인성과 인격의 연마와는 무관하게, 지식의 전달과 장래의 경쟁력 있는 직업인 및 노동력 양성에만 치중해 온 결과라 생각된다. 교육제도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잘 다루는 기능인을 만들었지만, 그 기능인은 존엄한 인격도 따뜻한 인성도 없는 괴물이며 악랄한 범죄자일 뿐인 것이다. 공교육을 비롯하여 교육제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고쳐나가야 할 시점이다.

 

다섯째, 가해자, 피해자, 남녀 권력구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성범죄의 역사는 너무도 오래 되었다. 구약성서에서도 여성에 대한 강간, 성폭행이 나타나고, 우리 사회의 경우 예전에는 몹쓸 짓이라고 이름도 없이 불명확하게 지칭되다가 특히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사회 각 부분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실태가 고발되고 드러나게 되었다. 엔번 방 이전에는 1999년의 소라넷 사건부터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사이트 등의 범죄들이 있었다. 근래로 올수록, 영상을 통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범죄의 오랜 역사와 영상 매체라는 특징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남성과 여성의 성 권력 구도는 변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성범죄의 대다수의 피해자는 여성인 것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하셨다. 이러한 성서의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면 할수록, 이 땅에서 하나님의 형상은 유린되고 짓밟힌다고 하겠다. 오늘 우리는 그리고 교회는 피해 여성들의 눈물에서, 짓밟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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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05 [11:28]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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