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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7.14 [04:05]
[로마에서]구금 중 소망에 관한 편지(1)
코로나19사태 확산 중인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평우 목사(유럽목회연구원장)
 
한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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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 생가 앞에서 한평우 목사     ©한평우 목사

우리에게 소망이 없다면 우리네 삶은 온통 회색빛이 될 것이다.

지갑에 얼마의 돈을 넣고 이제 봄이 성큼 닥아 오는 길목에서 청명한 날씨를 맨 몸으로 느끼기 위해 밖에 나가려고 한다. 아내는 절대 나가지 못하기에 가만히 준비를 했다.

 

로마에서는 마스크를 살 수 없다. 지혜로운 아내가 작년에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 몇 개 준비해온 것이 있어 다행이다. 아끼느라 하나를 삼일 째 사용하고 있다. 냄새나는 마스크를 쓰고 준비한 고무장갑을 끼고 슈퍼에 가는 척 하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소리 안 나게 가만히 나왔다. 즉시 해방감이 온 몸으로 밀려 왔다.
 

할 일 없이 밖을 배회하다 걸리게 되면 큰 벌금을 물리고 형사 입건될 수 있다는 공고문을 알기에 슈퍼 가는 척해야 했다. 코로나가 번성해도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슈퍼 가는 것은 허락하고 있다. 슈퍼 앞에서 긴 줄이 서 있다. 한 참 성수기 때 미국의 공항에 들어서면 한없는 줄이 형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갑에 있는 돈은 생필품 외에는 살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도 문을 내렸고, 주변에 앞 다투듯 열어놓은 카페 집도 셔터를 무겁게 내리고 있다. 열릴 기약도 전혀 없이 말이다. 넉넉한 사람들은 더욱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람이 드문드문 살고 있는 깊은 산골이나 또는 코로나로 오염되지 않는 먼 먼 지역으로 피신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와 시간이 있는데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감은 상상할 수 없지 싶다. 아니면 넉넉한 재물의 힘으로 방탕으로 세월을 보내던 자들은 더욱 몸살이 날것이고 말이다. 이런 면에서 세상은 윤리적으로 정화도 되겠다 싶다.

 

베네치아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다가 관광객이 뚝 끊어지니 바닷물이 오랜만에 맑아졌고 돌고래까지 찾아왔다고 하니 말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세상은 어떤 사건 앞에서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 기능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태리는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하루에 3백 명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태리 북쪽에서는 평균 3초에 한명씩 목숨을 잃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이라고 한다. 일시에 환자들이 급증하니 80세 이상은 살만큼 살았으니 더 살 수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케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비윤리적 이지만 말이다.

 

사실 병실이 너무 모자라고 의사도 부족한 상황에서 똑같이 코로나에 걸린 환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가능성 있는 환자를 먼저 입원 시키려는 것은 의사의 본능일 것이다.

 

외부인은 전혀 알 수 없으니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나는 로마에 살면서 오래전에 담석증으로 응급실에 간 일이 있다. 응급실에 갔더니 나와 같은 환자들이 20여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고통스러워 배를 잡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의사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의사는 끝내 오지 않았다.

 

무려 네 시간을 기다렸는데 말이다. 그날따라 교통사고를 당한 응급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앰뷸런스가 수시로 들락거렸다. 12시 경에 응급실에 가서 오전 4시까지 기다렸지만 의사를 접견할 수 없었다. 의사도 담석증은 죽을병이 아니라서 그런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오전 4시가 되니 고통도 사라져 의사도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이런 관습들이 코로나에도 적용되리라 여긴다.

 

이태리 사람들은 실내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외에서 즐기는 사람들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바닷가에서 햇볕을 쐬거나 아니면 공원에서 즐긴다. 오죽하면 공휴일에는 호수 가에 마련된 탁자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탁자에서 잠을 자면서까지공을 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런 활동적인 사람들이 정부에서 규정한 법에 의해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니 그 답답함이란 상상할 수 없지 싶다.

 

집을 지키기에 무료하기도 하고 또 불철주야 수고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플래시몹을 시작했다. 오후 5시가 되면 창을 열고 이태리 국가를 부르고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응원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울컥한다.

 

축국경기에서 승리할 때 온 국민들이 기뻐하며 부르는 떼 창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중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힘내라고 위로하는 몸짓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고난 앞에서 소망을 붙잡고 있다. 오늘의 암울한 날들은 반드시 지나가고 밝은 날이 온다는 희망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고통을 거울삼아 마지막 시대에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정립하는 준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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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1 [10:42]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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