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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4.02 [09:03]
[성탄, 성찰 2019] 물질중독
김한나(성공회대학교)-[NCCK 사건과 신학/성탄, 성찰 2019]
 
김한나

 

▲ 영화 '돈'은 인생을 가르친다     ©나관호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마태오 1:23)

 

이사야서에 예언된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은 인간이 전인적으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채워짐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핍도 부족함도 없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태이며, 두려움과 불안도 존재할 수 없는 상태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불안은 하느님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고, 우리와 교제하시며 함께 거하시기를 원하신다. 성경의 모든 이야기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역사를 보여주며,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나타낸다. 인간에게 있어서 하느님과의 친교 속에서 얻는 깊은 만족과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피조물로서 창조주 안에 거하는 것은 기쁨의 근원이자 본질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인간과 함께하시겠다는 임마누엘의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임마누엘은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위로, 구원과 회복의 징표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거룩한 이름 예수 그리스도이다.

 

12월이 되면 상점과 거리 곳곳에 성탄을 상징하는 장식과 조명이 참으로 아름답고 화려하다. 붉은 리본과 성탄 트리, 산타클로스와 선물 상자 그리고 쇼윈도에 적혀 있는 크리스마스 세일이란 반가운 문구가 매년 어김없이 등장한다.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크리스마스 한정판이라는 타이틀을 덧입고 진열장에 놓인다. 화려한 포장의 상품을 바라보며 성탄이기에 조금은 무리가 되더라도 그것을 구매해도 괜찮다는 자기 정당화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성탄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마저 생긴다. 같은 심리에서일까? 크리스마스 파티는 어느새 유흥의 꽃으로 굳게 자리 잡았고, 1225일은 연인들의 필수 기념일이 되었다. 성탄의 본질인 하느님의 사랑과 위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었던 성 니콜라우스의 나눔의 정신은 물질주의와 소비의 정신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한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누릴 수 있다는 이상한 심리는 우연이 아닌 듯하다. 성탄 때마다 보이는 상업적 광고와 포스터는 마치 우리가 물질을 소유함으로써 크리스마스의 풍요와 참된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이것이 비단 12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물질을 그 필요에 따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결코 줄 수 없는 참된 만족과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갑을 연다. 때때로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때, 혹은 관계 속에서 깊은 좌절과 시련을 겪을 때 인간의 물질을 향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심지어 물질을 소유할 목적보다 돈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 중독되는 일도 있고, 오로지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에 중독되는 경우도 많다. 요즘, 단지 SNS에 착용 샷을 올려 자랑하기 위해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일 중독, 다이어트 중독, 알코올 중독, 미디어 중독 등의 다양한 중독 문제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누려야 하는 기쁨과 만족을 하느님 외의 다른 것, 즉 피조 세계에서 얻으려고 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근원적 결핍과 그로 인한 불안을 일시적 쾌락을 통해 해소해보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물질세계를 창조하셨고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따라서 물질 그 자체는 악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물질을 다스리고 관리할 청지기의 사명을 주셨으며,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으신 인간을 그 어떤 피조물보다 존귀하게 여기신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거룩한 사명은 잊은 체 갖가지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하늘로부터 오는 초월적 기쁨을 이 땅에서 찾으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물질에 대한 소유로 대신하려 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물질을 소유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물질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물질을 삶의 중심에 놓고 움켜쥘수록 오히려 우리가 물질에 종속되어 그것을 닮아 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관과 생각, 말과 행동은 하느님이 아닌 물질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하느님 한 분 만을 우리의 마음의 중심에 모시면, 우리의 결핍과 공허함이 하느님의 사랑과 위로 안에서 충만히 채워지고 그로 인해 나타나던 불안과 두려움도 치유된다. 또한, 물질이 아닌 하느님을 닮아 가는 삶으로 회복되어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된다. 하느님과 관계의 회복은 피조 세계에 대한 참된 가치관과 태도를 지니도록 우리를 인도하여 인간과 물질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의 회복 또한 가능케 한다.

 

주님은 끊임없이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말씀하신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권세의 천신들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능력의 천신들도 높음도 깊음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타날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8:39)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을 확신하며 그 사랑 안에 거한다면 더는 물질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온전히 그분 안에서 만족하며 참된 풍요와 평안을 누릴 것이다. 심지어 고난과 절망의 파도가 우리를 덮칠지라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하여 선을 이룰 것을 확신하며(8:28) 그 사랑 안에 끝까지 머물러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내 안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주변의 이웃을 향해 흘러넘치게 한다면, 임마누엘의 기적은 중독의 문제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에게 참된 성탄의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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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01 [08:50]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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