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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1 [14:03]
지금은 무소의 뿔처럼 가야할 때
정지웅 박사(평통연대 운영위원, (사)코리아통합연구원장) 평화칼럼
 
정지웅

 

▲ 정지웅 박사     ©뉴스파워

문 대통령은 며칠 전 광복절 축사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미 정부 내 여러 관리를 분명히 화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뱁슨 전 고문은 특히 일부 미 관리의 경우 이를 남북합의가 한미동맹 공약보다 더 중요하다는 공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에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인 것도 아니고 내부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나 인권을 개선한 것도 아닌데 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미 관리들에게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연구원도 지난 15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그가 비핵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 가운데 무엇을 우선으로 여기는지 알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국 견제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려고 할 때마다 미국이 방해했다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증언이 다시 떠오른다. 오로지 자기 말만 듣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다면 언제라도 겁박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 보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그렇다. 데릭 그로스먼에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이지만 한국은 남북관계 정상화가 우선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압박해 온 미국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 맞지만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좋아야만 가능하다. 생각해보라 세계 최강 미국과 동맹국인 대한민국, 경제 10위권인 대한민국,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대한민국이 자신에게 적대적이거나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는 나라라면 미국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가득한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는가? 전 세계, 특히 중국까지 제재에 참여함으로 압박에 못이긴 북한이 평화공세로 돌아섰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대한민국과의 사이가 좋아져서 북한이 안심할 수 있어야만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문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우려하고 있는 앞에서 언급한 미국인들은 모른다. 마치 해방정국 때 우리를 몰라도 너무 몰라 혼란을 자초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자기식으로 밀어 붙여 결국 우리가 원치 않았던 분단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말이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우선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이 하라는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부터 조금씩 평화와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우리에게 결코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상당한 관계적, 정치적, 경제적 플러스 작용을 할 것이다. 남북의 철도, 도로 연결이 미국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사업이며 장기적으로 북한의 핵을 녹일 수 있는 길이다.

 

미국과 입장이 다른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하게 들어오면 처음부터 제재사안이 아니었던 인도적 지원과, 제재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부문을 찾아 정부는 교류의 물꼬를 봇물처럼 열어야 한다. 인도적 차원과 민간의 교류가 최대한 이루어지도록 안내하고 추동해야 한다. 과거 서독이 동독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버리고 접촉을 통해 변화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동독 시민들의 민심을 얻었으며, 장기간 정치·군사적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대만 정부도 접촉을 통해 양안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북한비핵화의 출발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출발점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시행착오를 반드시 겪게 될 비핵화 과정에서 북미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남북한 관계는 중단 없이 계속 밀고 가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과 무조건 맞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비밀스러운 과정을 미국에 솔직하게 알리고, 우려하던 미국을 설득하여 결국 지지를 이끌어 내었다.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철도, 도로 연결 등이 한반도 평화조성뿐만 아니라 북핵 폐기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임을 미국에 설득하는 주도적 외교를 주문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한반도에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틈새를 파고 드는 주인의식, 뱀 같은 지혜, 그리고 무소의 뿔처럼 밀고 가는 용기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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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28 [14:36]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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