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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0.20 [07:02]
[소강석 목사 목양칼럼] 투혼의 추억
소강석 목사 목양칼럼
 
소강석

 

작년 이맘 때 저는 2차 성대 폴립수술을 받았습니다. 10여 년 전 1차 수술은 뭣 모르고 했지만 작년에 2차 수술은 신경이 좀 쓰였습니다. 비후성 심근증이 있는 사람은 전신마취 후에 최소한 호흡곤란이나 드물긴 하지만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고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지요. 심장내과와 마취과 선생님이 몇 번이나 그 말을 하였으니 누가 태연할 수 있겠습니까?

▲ 소강석 목사     © 뉴스파워

 

아침 일찍 수술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지난날의 삶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 나는 누구보다도 성대를 많이 사용했어. 남들이 하는 주일 설교뿐만 아니라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집회를 했던가. 그리고 동굴 같이 답답한 차에서 얼마나 수많은 원고의 내용을 전화로 불러 줬던가. 게다가 외부집회, 특히 수만, 수십만 앞에서 화염을 내 뿜는 야성의 외침들이 내 목을 상하게 한 거야.” 이윽고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싸늘하고 음산한 공기가 수술실을 에워싸고 있었지요. 의사선생님의 경고 말씀이 문득 스쳐갔습니다. 그래서 잠시 주님께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주님, 저의 삶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겠지요.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저의 가족들과 성도들이 얼마나 실망을 하겠습니까? 저 역시 아직은 준비가 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죽음이 절대로 두렵지는 않습니다. 주님이 오라고 하시면 미련없이 떠나겠지만요.” 저는 머릿속에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마취과 선생님이 저에게 주문을 하였습니다. “하나, , 셋을 따라해 보세요.” 제 기억에 다섯, 여섯까지는 세었는데 그만 깊은 잠에 빠졌고 인공호흡기가 제 호흡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육신은 잠에 빠졌지만 제 의식은 살아서 잠꼬대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맞아, 나는 지금까지 주님의 소명에 혼을 바치고 산 거야. 매일매일 주님의 면전에서 절규의 산제사를 드리는 투혼의 삶을 살아왔던 거야. 맞아, 그랬어. 그랬던 거야.” 그 때 간호사 선생님이 저를 흔들어대며 깨웠습니다. 제 어깨를 때리며 야단을 쳤습니다. “소강석님, 소리 지르지 마세요. 숨을 쉬세요. 크게 쉬세요. 입을 다물고 말하지 마세요. 코로 숨을 쉬세요.” 마침내 잘 깨어난 것입니다.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인공호흡기가 아니라 제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고 경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눈부시게 느껴졌습니다. 병실 창문으로 보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잎들이 신비하게 느껴졌고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는 3주 동안 침묵을 지켜야 했습니다. 한 주간은 기도원에서 있었고, 또 한 주간은 제주도에서 있었고, 또 한 주간은 일본 온천 지역으로 갔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일본에서도 거의 숲 속을 다녔습니다. 3주 동안 숲속에서 모든 자연의 생명체와 대화를 하고 함께 호흡을 하였습니다. 갑바도기아의 교부였던 닛사의 그레고리가 청결한 마음을 가졌을 때 자연과 교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숲속에서 제 마음은 더 깊은 숲속으로 향하였고 끝없는 원시림 속으로 향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고요 속의 고요를 듣고 신비 속의 신비를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치 상처 입은 독수리가 바위 밑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회복한 후 다시 비상하듯이 그 숲속에서 모든 생명체와 대화하고 호흡을 하면서 투혼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후에 조심스럽게 주일설교를 시작했고 바로 이어서 여름수련회를 인도했습니다. 그리고 어언 1년을 맞이한 것입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어떻게 살아 온지도 모르게 달려왔습니다. 마치, 진한 적토 빛 말갈기를 휘날리며 거친 광야를 달려가는 군마처럼 저는 주님을 태우고 달리고

달렸습니다. 황사를 나부끼며 주님을 모시고 달리고 달렸던 1년을 회상하니 아련하고 꿈 같기만 합니다. 아슬아슬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주님의 은혜로 쓰러지지도 않고 목이 그리 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주는 모든 것이 감사해서 중직자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식사 한끼를 대접할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든지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겠지만요.

이번주는 교역자수련회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이대로 얼마나 달려갈 수 있을까. 제 아무리 잘 달리는 군마도 언젠가는 쓰러지듯이 나 역시도 쓰러지는 날이 있겠지. 아니면 거침없이 달리다가도 어느덧 요단강 앞에 멈추게 될 거고... 그러나 그때까지 달리고 달릴 거야. 그러다가 언젠가 나의 영혼은 영원한 불사조가 되어 저 하늘나라로 훌훌 날아가겠지.”

지난 한주는 유달리도 숲이 그리웠습니다. 끝없는 원시림 속을 걷고 싶었습니다. 투혼의 추억이 그리웠기 때문이죠. 그래서 교래리 휴양림 숲길을 걸으며 주님께 또 속삭였지요. “주님, 지금은 여름입니다. 아직도 저는 젊습니다. 젊기에 여전히 정염의 불꽃이 되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지금 시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작년에 불태웠던 투혼의 불길이 더 타오르게 하소서. 여름은 저의 계절이고 싶습니다. 작년의 투혼은 추억이 아니라 오늘의 연속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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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5 [14:56]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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