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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9.19 [21:24]
당신은 작은 예수님이었습니다
[희망칼럼] 마태복음 25장 속 예수님을 병자를 통해 만나
 
나관호

고난주간 이곳저곳에 있는 십자가를 찾다가 오래된 폴더폰에 달린 십자가 고리를 발견했다. 정리하다가 폴더폰의 지난 문자를 열어보았다. 14년 전인 2004년의 마지막 날 1231일 문자를 보았다. 2004년의 그날은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고, 깊은 마음의 샘이 만들어진 날이었다. 내 핸드폰에 수많은 을유년 맏이 새해 축하 메시지 가운데 내 가슴을 가난하게 만든 메시지 하나를 다시 보았다.

 

목사님, 새해 행복한 일이 마니마니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글구 희 오늘 새벽 소천했어요

 

▲ 집에 있는 십자가 모음과 브라질에서 산 목각 예수님모습     © 나관호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섬기고 돌보았던 어느 암환자의 천국행 소식이었는데 너무 깊은 마음에 메시지를 심어주고 가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나에게 뭉클한 덩어리 하나를 가슴에 던져 놓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허무함과 무상함이 몰려왔다. “하나님! 몇달, 아니 며칠만이라도 더 있게......”라고 한탄하며 기도했었다. 마지막 순간은 꼭 곁에서 지켜보고 싶은 분이었는데, 상태를 묻는 연락한번 못했던 후회감이 엄습했었다. 하나님의 시간표에 의해 올 것이 왔다지만 그래도 허무함과 슬픔을 어찌할 수 없었다.

 

당시 차를 서비스 공장에 맡긴터라 수리도 덜 끝난 차를 빼내 급히 문상을 갔던 기억도 생각난다. 도착해보니 위로 예배가 드려지고 있었고 이 땅에 달랑 남겨진 어린 아들 모습을 보니 더 가슴이 아팠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냈던 그때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동병상련이었다. 그 아들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했었다. ‘하나님, 돌봐주시고 일생동안 천사 같은 사람들을 붙여주시옵소서.’

 

문상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가슴으로부터 흐르는 눈물의 의미를 하나님께 여쭤 보았었다. 그것은 소외되고 힘든 자 그리고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 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존재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타난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목마른 자, 나그네, 병든 자, 옥에 갇힌 자 등 지극히 작은 자를 돌본 것이 예수님 자신에게 행한 섬김이라고 말씀하셨다.

 

46절에서는 작은 자에게 행한 것과 행하지 않은 것의 결과를 영생과 영벌이라는 단호한 말씀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말씀은 분명히 예수님은 작은 자 속에 계시며 소외되고 작은 자는 작은 예수라는 것임을 깨달았었다. 그 후 병든 자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깊히 가져 병든자 심방, 교도소 설교, 가난한 이웃을 살피는 일을 했다.

 

천사요, 작은 예수로 살다간 박집사의 죽음 앞에 의연했다. 어제 일 처럼 그날이 일들이 생생하다. 수술을 앞두고 만나 첫 만남에서 목사님에게는 정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성스런 화장과 환자복이 아닌 예쁜 옷을 입고 나를 맞아주었던 그녀였다.

 

목사님, 수술 후에 말을 잘 못하게 될지 모르니 말 많이 할께요?”

 

많이 하세요. 말은 눈으로, 마음으로도 하는 겁니다.”

 

회복되면 식사 같이 해요. 목사님.”

 

그럼요. 빨리 일어나실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를 더 걱정 했었다. 자신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져주는 의사의 행동에서 다른 환자에게는 미안함을 표현했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담당 의사를 껴안아 주면서 잘 부탁해요.”라고 유머를 던지기도 했었다. 수술 후에도 표현이 어려운 입술의 고백으로 하나님을 전하며 담당 의사의 눈에 감동의 눈물을 고이게 했던 그였다.

 

의사의 포기 선언 후 마지막으로 하나님 앞에 절규하며 메달려 보겠다고 기도원에서 고통을 참아가며 나와 같이 10일간 금식했던 시절에도 다른 환자를 더 걱정 했다. 하나님께 자기만 살려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이기주의라며 다른 환자들을 위해 더 기도했고, 식구들과 주위 사람들의 안부를 걱정 했던 그였다.

 

또한 자신에게 냄새가 날까봐 청결을 유지하면서 조금도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유머스런 말로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이불을 붙들고 가족들이 걱정 할까봐 소리없이 고통을 참았고, 고통이 더 가중되면 하나님께 빨리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고 고통을 이기에게 해달라고 나에게 기도를 부탁했던 그였다. 때론 공간적인 제약으로 전화를 통해 기도했고 하나님의 마음을 나눴다.

 

기도하고 대화를 나누러 간 나에게 꼭 음료수를 챙겨주고 식사 걱정을 해주면서 오히려 목사인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다. 내가 그린 작은 그림에 하나님의 말씀을 담아 선물한 마음 담긴 액자를 가보로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웃어주던 박집사님은 천진난만한 미소천사였다.

 

거듭된 수술로 점점 말의 표현을 잃어 갈 때도 글로 써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죽으면 화장시켜 주세요. 천국은 확실히 있는 거지요? 마음이 편해요. 천국 찬송가가 날마다 들려요

.”
하나님이 집사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세요? 다른 사람보다 먼저 부르시는 것 뿐이예요

.”

 

목사님, 천국길 잘 청소해 놓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러세요. 제가 아브라함과 요셉 좀 만나게 같이 서 계세요.”

 

▲ 내가 쓴 성경구절 켈리그라피     © 나관호

 

200511. 어제와 같은 해가 떴지만 의미는 달랐었다. 납골당에서 드려질 예배를 위해 말씀을 준비해야 했다. 천국에 대한 설교를 할까, 아니면 위로와 소망을 주는 설교를 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공교롭게 그해 마지막 날을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해를 고통과 슬픔이 없고 기쁨만이 있는 천국에서 맞이하는 집사님을 생각하고 가족들에게도 어울리는 말씀은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유대인의 전통적인 관습이 생각났다. 유대인들은 해가 바뀌는 새해 첫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빙 둘러 앉아 전도서를 읽는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도다.....” 일생동안 모든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 왕은 인생을 정리하는 말년에 해 아래모든 것이 헛되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 고백 속에는 해 위의삶은 영원하다는 역설적 메시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전도서를 주제로 말씀을 준비했고, 전도서 마지막의 결론인 하나님을 경외하고 명령을 지킬 것을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소천한 집사님의 유해가 불가마 속으로 들어갔고 한 줌 가루게 되었다. 나는 납골당에 미리 도착해 함이 들어갈 자리를 확인하고, 한 줌 가루가 되어 돌아오는 미소천사를 기다렸다. 미소천사는 말 없는 사진 한 장과 유골함에 담긴 가루로 내 앞에 서게 되었다. 나는 검은색 까운을 입고 예배를 집도했다. 그 당시 설교 중 내 마음 속에 다짐한 것이 있었다. 지그도 항상 고백하는 말들이다,

 

다시 태어나자. 새롭게 시작하자. 소외된 자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예수님을 섬기고 찾는 삶을 살자. 사랑하기도 시간이 모자란 세상이야!”

 

설교를 마치고 가족들에게 서로를 위한 고백을 하게 했다. 집사님의 조카가 진지하게 던진 말의 파장은 모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파장으로 돌아왔던 기억도 생생하다. 나도 같이 울었으니까. 내 눈물의 의미는 왠지 더 사랑 받아야 할 그 분이 먼저 간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환자들이 고통 가운데 사투를 벌이다가 천국을 가고 있고 갑작스런 재난으로 죽어 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조용히 잠든 사이 하나님의 품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생사화복은 하나님의 비밀이다. 때론 악인이 오래 사는 것 같고 선한 이가 고난 가운데 추락하는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도 있다.

 

더 오래 살아야만 할 사람이 빨리 부름을 받는 것 같고 갑작스런 재앙으로 숨 쉴 틈도 없이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으며, 죽음의 그늘이 보이지만 수십 년을 몸이 굳어진 석고 인간의 모습으로 생을 이어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모순이 아니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택은 오류가 없고 실패가 없으며 오차가 없다. 단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고난주간 십자가를 바라보며 십자가를 품고 천국에 돌아간 작은천사 박집사님을 떠올린다. 고난주간 십자가를 보며 하나님의 주권 앞에 더 겸허해지고 새로운 차원의 눈이 떠지기를 소망한다. 천국에 있는 박 집사님을 통해 내 삶의 노트에는 해 위의 삶에 대한 기록만이 있다. 박집사님을 생각하다 보니 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도 영화처럼 겹쳐 생각난다. 된감사하다.

 

 

박 집사님, 당신은 작은 예수였습니다. 천국에서 만납시다.”


글 / 나관호 목사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북컨설턴트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강의 교수 /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 운영자 /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 /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강의 전문가'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저자 )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대표소장이다.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강의 교수, 치매환자가족 멘토로 봉사하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를 운영자이며,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낸 기독교윤리실천 200대 강사에 선정된 '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또한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며,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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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30 [14:26]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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