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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7.18 [19:03]
첫눈처럼, 더 낮은 곳으로
소강석 목사의 목양칼럼
 
소강석

 

▲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소녀     © 뉴스파워


지난
9월 월드비전과 함께 에티오피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수많은 소년과 소녀를 만났지만 알람사하이라는 소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소녀는 부모가 에이즈로 죽고 자신도 에이즈 보균환자였다. 다섯 살 때 물을 길러 가다가 다쳤는데, 뼈가 강직성으로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어서 다리도 펴지 못하고 고개도 거의 돌리지 못하였다. 연민의 정으로 그 아이를 안아서 이동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촬영했다. 내 선교 활동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원하는 한 방송국과 동행한 터였다.

소녀가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커피를 볶아서 끓여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커피와 설탕이 들어 있는 통이 그렇게 더러울 수가 없었다. 커피 잔은 더러운 손과 구정물로 씻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손님을 대접하는 예쁜 마음을 간직한 소녀의 정성이 갸륵해 평상시에는 마시지 않는 커피를 몇 모금 넘겼다. 그리고 그 아이를 다시 보듬어서 눕혀주고 왔다.

둘째 날 수도에 있는 명성기독병원(MCM)으로 데려갔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하니 심장도 문제가 있고 온몸이 굳어가는 것이었다. 착하고 고운 아이가 가난과 아픔 속에서 허덕이는 모습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병원에서 더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서 휠체어에 태우고 또 휠체어에서 시트에 앉히고, 품에 안고 눈물로 기도를 해주었다. 아이도 감동을 받았는지 눈동자 속에 희망의 빛이 비치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아이를 안아주면서 아이에게 있던 벼룩이 옮아 온몸이 가렵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벼룩을 통해서 에이즈가 옮진 않았을까?’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이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교회 의사 분들을 만난 김에 물어봤더니 그럴 확률은 1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우연히 S 대학병원에 이 이야기를 꺼낼 기회가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조기검진을 하자고 했다. 피 검사 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목사가 에이즈가 걸리면 어떻게 될까? 당장 국가 질병관리본부에 에이즈 환자로 등록이 되고 소문이 날 텐데.’

며칠 후에 S 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목사님, 아무리 그렇다고 벼룩을 통해서 에이즈에 감염이 됐겠습니까? 에이즈 아니라 어떤 균도 없습니다. 깨끗합니다.” 당연한 검사 결과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내 모습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모두가 꺼리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고() 손양원 목사님과 일본의 가가와 선생님은 한센 환자의 고름까지 빨았다는데 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지.’ 갑자기 내가 부끄럽고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람사하이에게도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소녀의 검은 눈망울과 함께 에티오피아에서 만났던 소년, 소녀들이 다시 떠올랐다.

시인 정호승에 의하면 첫눈은 높은 종탑 위에 내리지 않고 가장 낮은 걸인의 어깨 위로 내린다는데, 아기 예수님도 말구유에 오셨는데 나는 어찌된 사람인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겸손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돌아본다. 그리고 첫눈이 오는 날, 내 마음이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못한 것을 다시금 참회하며 에티오피아의 아이들을 향하여 마음껏 외쳐 보련다.

아이들아 울지 말고 언덕의 꽃들을 보렴. 나 역시 너희들의 가슴에 눈물 젖은 사랑의 꽃씨를 뿌리러 다녀왔단다. 곧 따뜻한 봄날이 오리니 그 봄날 잔인한 생명력으로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다오. 나도 첫눈의 순결함과 낮은 마음을 가지고 너희들에게 다시 가련다.”

지금도 알람사하이의 가여운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첫눈처럼 깨끗하고 맑은 심장을 가지고 알람사하이와 그때 만났던 소년 소녀들의 검은 눈동자와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다. 그들을 향한 기억이 행여 가물거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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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24 [09:54]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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