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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7.18 [19:03]
[평화칼럼] 속도, 소명, 헌신
권혁신 목사(새터마을교회, 평통연대 운영위원)
 
권혁신

 

▲ 권혁신 목사     ©뉴스파워

 

이 주간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행사들로 다소 들뜰 만한 시기이다. 각종 출판, 공연, 포럼이 이어진다. 저마다 바람직한 소리이며 옳은 활동이며 마땅한 잔치이다. 그러나 교회 스스로 개혁과 갱신의 대상일진대 요란스런 잔치보다는 돌이켜 성찰이 우선일 듯 하다.

 

하여, 벌써 500번을 거듭한 이 주간에 속도, 소명, 헌신에 대하여 간단히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속도: 牛步千里 愚步而天理

더디어도 참되게, 어리석더라도 하늘 이치따라

집에서 만든 허접한 명함에 새겨 넣은 글귀이다. 공동체를 통한 북한선교를 꿈꾸며 경기도 여주로 내려온 이래 늘 마음에 새기려 한 나름의 의미 추구 방법이다. “황소 걸음으로 뚜벅뚜벅. 쉼 없으되 주인이 가는대로 가고 쉬라하면 쉬고, 더디어 보여도 마냥 가다보니 어느덧 천리길. 하늘로부터 뜻을 얻었으면 비록 세상의 눈에 어리석어 보여도 주신 이치 따라 뚜벅뚜벅.” 그런 저런 의미들을 밭에서 일하다 한번, 강의 준비를 하다 한번, 수시로 방문하는 손님맞이 준비하다 한번... 다시 새겨보려고 지그시 들여다본다.

여행을 하더라도 비행기-기차-도보여행에서 보는 것이 제각각 다를터인데 우리는 줄곧 주인님 오라 하는 길을 빨리 갈 생각만 하며 살아가는가 보다. 느리게 길가며 부단히 배우고 깨달는 바가, 곧 초심을 잃지 않고 마저 갈 수 있도록 주신 모맨텀이 된다. 풀어가야할 남북한의 관계이든, 종교개혁의 첫 정신이든, 목회의 초심이든.

한국사회는 물신주의와 무한경쟁을 통해 맘몬의 지배력이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교회 또한 그 중심부에서 그를 보호하며 변증하는데 급급하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더불어 가고, 참되고 성실히 살피며 나아가는 느림의 체질 개선이 교회로부터 일어나야 한다. 이를테면 공동체 운동, 작은교회 운동, 농어촌 목회, 각종 긍휼사역, ...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있다. 중심의 광속을 벗어나 변두리를 살려내는 과정을 선택하는 용기와 믿음이 요구된다. 길섶에 꽃이 피는 법이다.

 

2. 소명: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서시를 통해 고백하였던 윤동주의 다짐은 오늘 우리 주변의 마땅히 사랑받아야만 할 약한 것들과, 죽어가는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4:18~19)의 예수의 소명은 오늘 그의 몸된 교회인 우리가 오롯이 이어받은 우리의 소명이어야 한다. 그러나, 소명에 이끌림을 받는 목회자와 시대적 소명을 짊어지고 가는 교회들이 희미해지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 사선을 넘어 자유와 복음의 땅을 찾아 스스로 입국한 새터민들의 남한 생활 적응이 녹록치 않다는 소식을 여러 채널을 통해 접하게 된다. 통독 당시에는 서독의 정부와 교회가 동독의 정치범, 양심수, 신앙범 등을 10DM(한화 1억원 상당)를 지불하고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무지함과 무심함이 어떠한지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때에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50:20) 앞서 보내신 요셉과 같은 존재인 - 새터민들과 더불어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북한선교의 가장 직접적이며 효과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소명에는 시대의 아픔에 대한 삶의 즉각적인 반응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 헌신: ‘아이는 천사와 함께 떠났고, 개가 그 뒤를 따라갔다.’

모 신대원에서 강의를 하던 중, 한 학생의 졸업을 앞둔 신학생들 중 거의 절반이 갈만한 목회지가 없고, 유학을 가는 이유도, 목회지의 기준도 ‘in 서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고 아찔하여 말문이 막힌 적이 있었다.

외경, 토비트 61절에 언급된 위 문장에서 프랑스의 시인, 크리스티앙 보뱅은 무사태평한 아이와 단순함의 천사보다 그 둘 뒤에 처져 뒤를 좇는 개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그리곤 딴청을 부리다가도 이내 두 존재를 따라잡아 바싹 붙어 가는, 장난기 가득한 이 개에게서 온전한 헌신과 충성의 사람,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모습을 본다. 그는 십자군의 시대, 13세기에 갑옷이나 칼도 지니지 않은 채, 적군 깊숙이 이집트의 술탄을 찾아가 늑대를 설득하고 참새에게 들려주던 똑같은 음색과 언어로 사랑과 진리와 평화를 전하였고, 이 결과 프란치스코회는 십자군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들이 이슬람 세력권에 넘어간 후에도 여전히 기독교권 내에서 계속 체류 허락받은 유일한 단체가 되었다. 사랑과 평화의 사도요, 유럽 영성의 절반을 차지한다고까지 칭송받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삶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헌신은 우리의 초심을 되비춰보는 좋은 거울이다.

 

오늘 섬김의 자리에 아이와 천사의 뒤를 좇아 주어진 길을 더디어도, 어리석어 보여도 소명의 길을 매양 나아갈 수 있는 프란체스코와 같은 한 마리 개처럼 한 시대를 살다갈 하나님의 사람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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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25 [10:54]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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