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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1.22 [17:04]
가을여행 함께 떠나실래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목양칼럼
 
소강석
▲ 소강석 목사가 안수집사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 소강석 목사

 

 

성대수술을 마치고 설교를 한 지 두 달 남짓밖에 안 되었는데 저는 벌써 지쳐가고 있습니다. 지내놓고 보니 말은 못하지만 문자를 하루에 300통 이상 하던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니까 주변에서 그냥 두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의미에서 하이에나처럼 저를 물고 이끌어가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니 요즘은 제가 어떻게 사는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멍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 심정은 어디론가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혼자 가기는 너무 미안하고 사랑하는 성도들과 함께라도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성도들이 함께 한다면 제일 먼저 제 고향인 남원으로 내려가 성도들과 함께 요천수에서 하루를 지내고 싶습니다. 그곳은 제가 어린 시절 멱을 감고 법수(유리어항)를 물속에 넣고 물고기를 잡았던 곳입니다. 그곳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나중에 생긴 그 요천수에서 물고기도 잡고 냇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삶을 관조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무등산 을 구경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무등산은 두 기도원이 있는데 하나는 무등산제일기도원이고 또 하나는 헐몬수양관입니다. 이 두 기도원은 제가 짜디짠 눈물을 흘렸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서 옛날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며 그때의 눈물을 성도들과 함께 흘려보고 싶습니다. 그러고나서 억새풀 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서석대를 등반하고 싶습니다. 백발이 되어 굽어진 억새풀을 보며 오래된 사람들의 겸손을 함께 배울 것입니다. 아니, 아직도 서석거리며 서 있는 억센 줄기를 보면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선진들의 강인함도 배우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 하나님이 하루를 더 허락해 주신다면 문경새재를 걷고 싶습니다. 새도 쉬어 간다던 문경새재는 영남과 한양을 이었던 길인데, 맑고 깊은 계곡과 산자락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길입니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옛 선비들이 소원을 빌던 책바위, 지친 걸음을 쉬어 가던 조령원터를 지나 명경지수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그고 문경 아리랑의 구슬픈 노랫가락을 들어보고 싶네요. 아니, 수많은 사람들과 일정 속에서 부유해진 마음을 조용하게 침잠시키고 옛 모습과 초심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제 마음에 아련한 평화와 희망의 선율이 가을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처럼 퍼져갈까요? 무리한 욕심 같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강릉옛길도 걷고 싶습니다. 청운의 이상을 품고 선비들이 한양으로 올라오던 길, 과거에 낙방하여 울기도 하고 장원급제하여 쾌재를 부르며 내려가던 그 길, 그곳엔 옛 선비들의 한과 노랫소리가 서려 있습니다. 길을 걷다 천재소년 김시습의 시비를 보고, 신사임당의 시비 앞에 서면 어느새 시인이 되고 소나무숲 아래서 가슴 열어 심호흡을 하며 흐르는 계곡 물을 엎드려 마시노라면 어느새 신선이 됩니다. 아니, 이름 모를 산새들이 영혼에 스며 노래하고 바람소리가 심연에 어우러지면 꽃과 나무와 새와 바람이 오케스트라가 되어 앙상블을 이룹니다. 그러니 그 길을 걷노라면 얼마나 마음이 정화되고 쉼을 얻겠습니까? 특별히 단풍잎 사이로 불어오는 강릉 옛 길의 바람은 가슴 깊이 영감의 바람으로 스쳐지나 갈 것입니다.

이렇게 가을여행을 떠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지나다 보면 겨울을 맞겠지요. 어느 날인가 첫 눈이 내릴 것이 아닙니까? 정호승에 의하면 첫눈은 높은 종탑이 아니라 가장 낮은 걸인의 어깨 위로 내린다고 했는데, 저 역시 첫눈이 내리는 날 우리 성도들과 함께 더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삶을 다짐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살다가 언젠가 인생의 궁극적인 겨울이 오면 함께 후회없는 겨울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는 성도들과 이런 가 을여행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은 어느새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낮에 가을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저녁에 꿈속에서라도 누릴 수 있겠지요. 그래도 안수집사님들과 함께 지난 토요일 날 곤지암기도원에서 잠시 기도회를 하고 기도원 뒷산이라도 산행을 하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귀한 가을여행의 축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더 소 중한 영혼의 가을이 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사명의 열매를 맺어야 할 영혼의 가을, 우리는 영혼의 가을 여행을 해야 합니다. 사실, 아무리 고달프고 피곤해도 주님의 품보다 더 아늑하고 사명의 현장보다 기쁘고 행복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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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7 [10:12]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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