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
광고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국제/NGO/언론교계뉴스한 줄 뉴스파워인터뷰오피니언생활/건강연재
전체기사보기
편집  2017.10.23 [22:06]
여름 들국화가 들려주는 설교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목회칼럼
 
소강석

 

여름 들국화가 들려주는 설교

▲ 여름 들국화     © 뉴스파워

 

 

주여, 때가 왔습니다 /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이는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입니다. 여름이 그토록 길고 폭염의 나날들이었지만 정작 가을이 되니까 그래도 남국의 여름의 햇빛을 그리워하고 있는 시죠.

 

사람들은 폭염으로 아우성을 하고 어떻게든지 여름 햇빛을 피하려고 하지만, 푸르른 나뭇잎들은 여름 햇빛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햇빛이 강렬할수록 더 부지런히 광합성 작용을 하며 과일들은 단맛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햇빛이 여름의 꽃들을 피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기도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엔 과꽃들이 활짝 피어 있고 파랭이, 초롱이 꽃들도 한창입니다. 아니, 기도원 마당 한쪽에는 벌써 여름 들국화가 앙증스럽게 몇 송이가 피었습니다. 웬 시골 처녀가 노란 저고리에 하얀 치마를 곱게 차려 입고 수줍은 듯 서 있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화려하고 흠모할 만한 미의 자태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순결한 작은 몸짓으로 저에게 설교를 하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8월의 뜨거운 햇빛이 아니면 나는 이렇게 피어날 수 없었노라고...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은 여름을 사랑해야 한다고... 그러므로 저 뜨거운 태양 빛에 얼굴을 찡그리지 말고 나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라고...”

 

그들의 설교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어쩌면 저 꽃들 속에 예수님이 숨어 계셔서 그 분이 말씀하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깊은 밤, 책상에 앉아 여름 들국화의 위대한 설교를 묵상해 봅니다. 그리고 침묵 중에서도 정열의 여름 산녘에서 피어나는 꽃들처럼, 저도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보고 싶습니다. 주님 보시기에 참 아름다운, 가시나무 가운데 하얀 백합화로 피어나면 어떨까요? 찔리고 찔릴수록 향기를 더 발하는 흰 백합화 말이죠.

 

저는 다음 주일 설교와 여름수련회를 위해 금주도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벌써 4주라는 시간은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저에겐 정말 지난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목사가 어떻게 한 달 동안 침묵할 수 있겠습니까? 오죽하면 자다가 말을 하고 설교를 해버렸을까요?

 

래서 말 대신 하루에 문자를 300통 이상이나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 문자는 대부분 한국교회 생태계 보호를 위한 문자였습니다. 헌법 개헌 중 양성 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는 일을 막는 것에 대해서, 동성애 대책과 종교인 과세 등에 대해서 말이죠. 검색해 보니 박요셉목사님과 가장 많은 문자를 주고 받았더군요.

 

저는 그런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가슴을 애태웠습니다. “, 내가 가서 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가서 몸으로 뛰어야 하는데...” 그러나 하나님은 하필 이때 저를 침묵하게 하셨습니다.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참된 나를 발견하게 하셨습니다.

 

과연 침묵은 하나님의 모국어였습니다. 그러니까 입은 다물지만 가슴이 말을 하는 거지요. 저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의 언어, 곧 하나님의 모국어로 침묵의 꽃을 피울 수밖에요. 침묵의 눈물을 흘리고 소리 없는 웅변을 할 수밖에요. 그러다가 가슴까지 닫고 귀를 열고 있노라면 하나님이 말씀해 주시고 일해 주셨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들국화를 통해서도 말씀하시는 것 같았고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실제로 일을 해 주셨습니다. 정말 귀한 동역자들을 통해서, 그것도 제가 섬기고 세운 조직과 인맥을 통해서 하나님은 쉬지 않고 일을 해 주신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침묵 속에서 피워낸 모국의 꽃들이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오후엔 헌법개헌소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몇 분이 연락을 해 왔습니다. 잘 되고 있고 잘 될 거라고요. 순간 저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습니다. 기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허리들에 메아리를 치게 하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때 여름 들국화가 저에게 또 한 번 설교를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소리를 지를 때가 아니라고... 여전히 하나님의 모국어로 가슴 속에서 침묵의 꽃을 피우고 있어야 한다고... 저 여름의 태양빛을 사랑하고 사모하면서... 그래야 때가 오면 다시 여름의 태양처럼 타오르게 될 거라고... 지금의 폭염을 일으키는 저 태양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구글+
기사입력: 2017/08/06 [09:45]  최종편집: ⓒ newspowe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관련기사목록
[소강석 목사] 가을여행 함께 떠나실래요? 소강석 2017/10/17/
[소강석 목사] 검은 눈동자 속에 핀 희망의 꽃 소강석 2017/10/08/
[소강석 목사] 벼룩이 가져다 준 생각 소강석 2017/10/01/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양칼럼]협력하여 선이 되다 소강석 2017/09/24/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사 “이중장부 만들란 말 아냐” 김철영 2017/09/22/
[소강석 목사] 가을꽃에게 지친 어깨를 기대다 소강석 2017/09/17/
[소강석 목사] 명견만리적 혜안과 용단의 지도자 소강석 2017/09/10/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회칼럼] 여전히 배고픈 목사 소강석 2017/09/03/
[소강석 목사] [목회칼럼] 원석으로 보석을 만들다 소강석 2017/08/27/
[소강석 목사] "목사는 설교에 생명 걸어야" 김철영 2017/08/13/
[소강석 목사] 여름 들국화가 들려주는 설교 소강석 2017/08/06/
[소강석 목사] 침묵의 경탄이여, 경탄의 설교여 소강석 2017/07/30/
[소강석 목사] 로뎀나무 아래서 드리는 기도 소깅석 2017/07/23/
[소강석 목사] 폴립 수술 후 나의 의식 변화의 추이 소강석 2017/07/16/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사 목회칼럼,『투혼』 소강석 2017/07/09/
[소강석 목사] "한국교회 공익과 세움 위해 총대 멨다" 김철영 2017/06/29/
[소강석 목사] "개혁과 세움의 퍼스트 무버 되어야" 김다은 2017/05/10/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사, 캄보디아 국왕 훈장 수여 김철영 2017/04/27/
[소강석 목사] 패스트 팔로어를 넘어 퍼스트 무버로 소강석 2017/01/11/
[소강석 목사] "부흥코드에서 플랜팅코드 목회로" 김철영 2016/12/08/
뉴스
광고
광고
최근 인기기사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후원 및 광고 만드는사람들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136-5) 본관 107호 TEL 02-391-4945~6| FAX 02-391-4947,
Copyright2003-2017뉴스파워. all right reserved. mail to newspower@newspower.co.kr 등록번호 서울 아 00122 등록일 2005.11.11 발행 및 편집인 김철영. 청소년보호책임자: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