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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12.17 [18:17]
로뎀나무 아래서 드리는 기도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담임목사) 목회칼럼
 
소깅석
▲ 소강석 목사     © 뉴스파워


 

주님, 생각해보니 참으로 먼 길을 달려 왔습니다.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려왔네요. 번제단에서 타오르는 정염의 불처럼 마지막 티끌과 재까지 태우는 심정으로 달려왔습니다. 주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이 로뎀나무 아래에 누워 있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은혜로 육체보다 지친 영혼이 로뎀나무 아래 누워 있습니다.

 

, 저는 두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주님의 능력보다 저 이세벨의 힘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갈멜산의 엄청난 기적들을 체험 했으면서도 이세벨의 외침 때문에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싸움, 하면 할수록 이세벨의 선전포고가 제 귀 안에서 메아리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싸웠나이다. 버거웠지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한 조각 심장이 남고 그 심장이 뛰는 한 포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님께서 저를 강제로 로뎀나무 아래로 인도하셨습니다. 언제는 그토록 외치라고 하시더니 지금은 로뎀나무 아래서 침묵을 종용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로뎀나무 아래에서 주님이 공급하신 물과 숯불로 구운 떡을 먹으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봅니다. 원래 당신은 저를 온실 속에서 자라나는 연한 순으로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향기로 부르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진한 적토빛 말갈기를 휘날리며 거친 광야를 달려가는 군마로 선택하셨습니다.

 

또한 황사가 나부끼는 광야에서 주님 오시는 길을 예비하는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로 부르셨습니다. 그것도 변방의 광야에서 목이 터지도록 사자후를 토해내는 예레미야와 세례 요한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통의 밤을 지나고 인고의 세월동안 말로 못하면 몸짓으로, 몸짓으로 못하면 죽음을 각오하고 광야를 다니며 외쳤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죽음의 강가에 섰습니다. 그러나 막상 죽음의 강물 앞에서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내놓고 보니 마취과 의사의 말은 저를 시험하는 말이었습니다. 수술실 역시 죽음의 강가가 아니라 이곳 로뎀나무 아래로 인도하시기 위한 당신의 방법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로뎀나무 아래서 당신의 어루만짐을 받고 있습니다. 부상당한 상처를 싸매주시고 치료해 주시는 당신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회복에 회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회복되면 다시 불꽃처럼 타오르겠습니다. 말갈기를 휘날리며 광야를 달리는 군마처럼, 광야를 향해 목 놓아 외쳤던 이사야처럼, 그렇게 달리고 외치겠습니다.

 

주님, 아직은 여름입니다. 가을도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겨울이 오려면 계절의 강을 두 번이나 건너야 합니다. 부디 저로 하여금 늦은 여름이나 가을에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겨울이 오면 떠나게 하소서. 겨울이 오면 이 로뎀나무 아래서 쉬는 일도 다시 없겠지요.

 

겨울엔 마지막 잎새마저 무거운 짐이 되어 땅으로 떨구어 버리고 하얀 눈 속에서 숙명처럼 서 있는 저 겨울나무 숲으로 떠나기에 말입니다. 그곳에서 저의 영혼은 영원한 불사조가 되어 당신이 내게 주신 세마포 옷을 걸치고 영원한 은총의 나라로 훌훌 날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 아직은 여름입니다. 저기 맑고 푸른 강이 풀잎처럼 누워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저 강을 건너야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을 맞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가을에 그 풍요의 열매를 제 손으로 직접 거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손으로 그 영글영글한 열매를 주님께 눈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 열매를 거두고 나면 들녘의 풍요를 나르던 가인들의 노래도 멈출 것이며 저문 광야에 찬 서리가 내리고 나면 홀연히 고요한 정적이 저의 삶을 덮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억새들의 하얀 머리털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겨울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저도 겨울의 강을 건너겠습니다. 그리고 떠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저 순백의 설원을 지나 겨울강 너머에 있는 마지막 한 요단강을 건너 영원한 안식과 평온이 넘치는 당신의 나라로 떠나겠습니다.

 

주님, 지금은 여름입니다. 이 여름에 더 충만한 은혜를 부어주시옵소서. 이 로뎀나무 아래 누워 있는 상처 입은 종에게 더 큰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주옵소서. 그리고 숨겨 놓으신 7천 명의 사람들을 붙여 주셔서 함께 당신의 도성을 지키게 하소서. 당신의 나라를 더욱 강성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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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23 [08:41]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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