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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3.29 [03:55]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아! 욥]을 읽고
 
정희수
▲   아! 욥 - 욥기산책 © 정희수


삶이 고달프다는 아우성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세월 호 참사가 난 지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가고 있지만, 억울하게 죽임당한 영혼들의 피의 외침은 여전히 신원되지 않고 있다. 국가 폭력에 의해 죽어간 이들의 신음 역시 경청되지 않는다. 아,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탄식이 흘러넘친다.

 

우리들 인간을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그래서 숨통마저도 조여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건들!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과 존엄한 위치를 박탈당한 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차라리 죽음에서 안식을 찾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사람들! 이렇게 우리들 주변에 존재하는 갖가지 재난과 고통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고민하고 생각했던 욥기 저자와 함께 한 땀 한 땀 풀어 나간다.

 

정치계, 경제계, 언론계, 법조계, 의료계, 교육계, 문화계, 종교계를 장악한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리는 사이에 디딜 땅조차 없어 허공 위를 걷는 것처럼 허청거리는 사람들의 짓눌린 신음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이러한 때 욥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욥’ 하면 사람들은 즉시 ‘고난’, ‘인내’, ‘순종’, ‘믿음’, ‘복’을 떠올린다. 모진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신앙의 영웅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보아도 되는 것일까? 평온하던 일상이 마치 일진광풍처럼 몰아친 시련으로 인해 풍비박산 난 후에 그는 뭐라 고백했던가.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사람들은 고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그를 믿음의 본보기로 내세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욥기는 히브리 성서의 심오한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욥기에는 영문 모를 시련으로 인해 내상을 입은 존재의 아우성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살갗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나는 것 같은 시련 속에서도 욥은 하나님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는 불경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님의 의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고뇌의 심연을 맛보지 못한 친구들의 파리한 신학은, 욥의 그 도저한 절망을 이해하지도 담아내지도 못한다. 믿음, 순종,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은 아름답지만, 복잡하고 모호하기만 한 생에 멀미를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무작위적으로 적용하려 할 때 그 말은 폭력이 된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욥은 누구일까?” 물으면서 “삶이 버거운 짐처럼 여겨지는 사람들, 운명처럼 닥쳐온 영문 모를 시련으로 인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사람들, 구조적인 폭력에 시달려 삶이 거덜 난 사람들, 미래의 꿈조차 저당 잡힌 채 현실 속을 바장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니겠냐”고 답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런 이들이 없는 세상이다.

 

하여 “욥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세상을 꿈꾸는 일이다. 욥의 자리에 서보는 일이다. 아픔의 자리에 서 진저리를 치고 있는 이들에게 신학적 해석을 들이밀지 않는 것이다. 관견管見에서 벗어나 더 높고 먼 시선으로 우리 삶을 살피는 일이다.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잠시라도 기도하는 것이다. 리 호이나키는 “순수한 기도는 나에게서 자아를 가져가고 그 대신 타인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욥기는 바로 그런 경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삶의 경험이 일천한 내가 욥기의 안내인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모한 시도를 한 까닭은 욥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빠꼼히 열린 문틈으로 조금 그 비밀을 엿본 듯하지만, 저 문 너머의 세계는 광활하기 이를 데 없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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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03 [12:40]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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