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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2 [00:02]
상대의 감정을 따라가라
신평식의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신평식

학습 방법 가운데 요즘 가장 부각이 되고 있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법’이다. 이것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과정을 거치면서 습득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학습법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공부란 결국 학생이 터득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뭐라고 말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가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대화를 진행하면서 함정에 빠지는 것은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생각지 않고, 자기감정과 의식에 입각한 이기적인 판단이다. 나는 말했으나 상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이것은 대화한 것이 아니라 나 혼자 떠들었을 뿐이다. 거기에는 소통이나 공감은 없고 무시와 억지만 있을 뿐이다.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는 내용과 자료가 풍부한 설교와 강연보다 대화가 더 효과적이다. 대화는 상대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여지는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상대의 감정에 호소하여 결단과 확답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래서 대화는 상대를 치료할 수 있으며,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상대와 함께 같은 방향을 주시할 수 있는 동지를 만들어준다.


감정을 무시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인간만사에 있어 감정의 영역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엄밀히 따지면 감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가? 인륜지대사라 하는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것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데, 이것은 곧 내가 좋아하는 것, 느낌이 좋은 것과 같은 감정에 따라 결정한다. 또 선거에 있어서도 후보자의 됨됨이나 능력을 본다고 하지만, 깊이 따져놓고 보면 내 취향을 따라가는 감정이 지지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수많은 결단과 결정에 있어 거의 대부분을 내 감정에 따라 결정한다.

반대로 감정이 수반되지 않는 결정들은 견고하지 못하다. 어떤 확답을 한 다음에도 그 결정을 파기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물으면, “손해를 보게 생겨서”라는 말보다는, “기분이 상해서”라거나, “기분이 내키지 않아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죄 중에서 가장 큰 죄가 내 감정을 상하게 한 ‘괘씸죄’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감정과 이성이 동조해서 결정한 것이 보다 확고할 것이다.

대화가 소통과 다른 어떤 목표의 달성을 위해 진행하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할 때 상대의 감정을 읽고 함께 따라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도 고객에게 좋은 감정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감정이 많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고객이나 대화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어떤 아버지가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자 하면서 자녀들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 실컷 나무란 상태에서 대화하자고 한다면 그 대화가 자녀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이것은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서로 상대를 향해 수많은 위협과 험담을 늘어놓은 다음에 대화의 테이블에 앉자고 하면 어디 그 대화가 성사되기나 하겠는가?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실제의 대화에서도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생각을 자유롭고 충분하게 털어놓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상대의 감정을 따라가기 위해 주의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이 시간을 보냈다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는 상대를 위해 시간을 써줄 때 견고히 할 수 있다. 시간을 써준다는 말은 그 사람을 배려한다는 말이며,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사람과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해서 좋은 대화를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좋은 관계는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대화가 가능할 때 유지되기 때문이다. 대화를 원한다면 허튼 농담 따위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C부장은 자기 부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가끔 회식을 갖는다. 나이 어린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심정적인 교류와 대화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월 2회 정도의 회식을 통해 식사를 하고, 노래방에 가는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의 관계는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회식이 있는 다음날이면 모두가 더 힘든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먹고 마시고 소리를 질렀을 뿐 마음에 있는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왕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기간을 냈으면 상대에게 말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가 자기 내면에 있는 생각을 털어놓고 말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둘째, 조급한 처신은 상대의 말을 가로 막는다.


일단 말문이 열려 대화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생각에 정답을 주고, 결론을 맺으려 한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았는데 그가 하는 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생각대로 규정하며 답을 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화를 위해서는 옳은 처신이 아니다. 이렇게 조급한 사람은 대개 판단자의 위치에 앉아 상대의 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이것은 이렇고 저것을 저렇다”는 식으로 자기 결론을 상대에게 주입하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행동과 생각에 자기만의 논리와 이유를 갖고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기까지 종횡무진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원한다면 상대가 길을 잃고 헤맨다하더라도 끝까지 말하도록 기다려 주면서 그 생각을 풀어놓을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설령 대화하려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상대가 말하도록 하는 것이 배려이다. 항상 결론은 한꺼번에 내릴 수 없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소득을 얻은 것이다. 상대는 어떤 결론을 얻지 못했다하더라도 자기가 많은 말을 한 것만으로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셋째, 무례하지 말고 동정적 태도를 가져라.


개인적 대화를 진행할 때 상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이분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이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더 많이 치장하게 되고, 불필요한 형용사나 가정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이라는 말이나, “사실 이것은 내 얘기가 아니고...” 같은 단어와 문장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된 데에는 자기감정을 드러낼 때 ‘상대가 나를 우습게보면 어떻게 할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내면을 드러내면 단정적으로 잘라 판단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동의하고 긍정하면서 그 상황의 심경을 표현하도록 질문해야 한다.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참으셨어요?” 같은 형식이다.

또한 이 과정 속에서 어떤 일에 대해서는 상황을 분석해보고 객관화 시키는 것은 필요하되, 어떻게 하라는 식의 지시적인 언어구사는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상대로 하여금 더 말하고자 하는 입을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같은 방법을 묻기 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단정하여 지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넷째, 방어적인 자세는 대화를 해친다.


가장 바람직한 대화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감정적 억눌림 없이 상대를 편하게 생각하고 쉬운 얘기부터 좀 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은 대화의 순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결정을 충분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상대의 생각을 들은 다음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 내가 하는 말에 방어적 태도를 취하면서 계속 변명하려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라든가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요.” 같은 답변은 좋은 대화를 이어갈 수 없게 한다.

이런 경우를 피하려면 평소 상호간의 신뢰를 갖는 행동이 중요하다. 모르는 사람과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눈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 상대에 대한 비판이나 뒷 담화, 혹은 상대 앞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 같은 것으로 인격적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좋은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긍정적 입장에서 수긍해주며, 호의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어,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나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는데.” 같은 유형이다.


살아가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신뢰와 존중을 확보해 가는 일은 한 가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목회자라면 강단에서 설교를 잘했다고 신뢰를 확보한 것이 아니다. 평소 생활에서 교인들을 대하는 태도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는 모든 모습이 결국 당신에 대한 인격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말이다. 어찌 보면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인격간의 교류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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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7/03 [16:27]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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