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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2 [09:02]
마음에 간직할 말을 붙잡으라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9)
 
신평식
2012년, 치매에 걸린 고령의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이야기가 뉴스를 탔다. 건설회사에서 40년간 근무한 남편은 은퇴 후 아내와 행복한 노후를 꿈꿨다. 그러나 아내는 치매에 걸려 사리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은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아내의 간병을 도맡아 했다. 책도 읽어주고, 신앙생활도 시작했다. 그러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만일 내가 먼저 죽으면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의 삶을 걱정했다. 책임감 강한 전형적인 한국 남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된 아내의 입에서는 남편을 향한 거친 말이 계속 나왔다. 그렇게 신실하게 자신을 돕고 있는 남편을 향해 ‘애비 없이 막 자란 놈’이라는 독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남편의 외도를 확신하며 떠들어댔다. 참다못한 남편은 아내를 구타했다. 그리고 목을 졸랐다. 그러면서 죽어가는 아내에게 말했다.

“혹시 내가 먼저 가면 당신 자식들에게 짐 되잖아, 사랑하니까 함께 가자.”

남편은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 했으나, 현장에서 아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아들은 이 살인에 대해 “아버지를 이해합니다.”라고 말했단다.

치매환자와 같이 살 수 없는 이유

치매에 걸린 환자와 생활하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간혹 치매환자가 육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폭력적이지 않다. 환자의 생각과 육체가 폭력을 행사할 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지능력이 부족하여 정상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 언어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치매환자를 돌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왜 치매환자와는 함께 살 수 없는가? 치매환자 가족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용변관리와 섭식, 수면 등을 돌보는 일도 쉽지 않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환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그가 환자이며, 늘 내뱉는 말이 온전하지 못하여 가만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내가 만난 치매환자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이 환자니까 머리로는 그 말을 무시해버리는데, 실제로는 그 말 때문에 형제들 사이에 금이 가고, 아내와 마음이 서먹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 같잖은 독설이 내 마음을 황폐케 하고, 가족관계를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렇다. 정신질환자나, 치매환자 같은 경우 분명히 그의 판단이나 말을 신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상처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듣는 언어를 처리하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우리가 귀로 어떤 말을 들으면, 그 말을 머릿속에서 선별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말은 마음에 담아두고 어떤 말은 무시해버린다. 그런데 어떤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내 의지대로 무시되지 않고 마음에 남아 그 말이 내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원리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말이 중요하다. 함께 살아가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그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내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항상 주변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정치인이나 기업가에게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사람이 누구일까? 공식적으로는 중견 간부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서나 운전기사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가깝게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그 구상을 계획을 구체화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는 계획을 말하고 나서 그 말한 것에 대한 반응에 따라 스스로 수정하고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도 아니며, 식견도 부족하여 중요하지 않는 위치처럼 보이는 운전기사가 그 사람이 생각을 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은 측근에 어떤 사람을 두는가가 그의 리더십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더 일을 잘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리의 바람과 달리 주변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사나 동료,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산다. 만일 상사의 말이 거칠고 저속하다면 우리는 그의 말과 태도를 싫어하면서도 그를 본받게 된다. 상사가 지극히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우리도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둘 말을 선택하라

우리는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말, 듣고 싶은 말만을 듣고 살 수는 없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도 듣게 되고, 잔혹한 뉴스도 들어야 한다. 때로는 믿을만한 사람으로부터 선의의 거짓정보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수많은 말들 중에 내가 내 마음에 채워두고 간직하며 생각할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를 결정한다.

우리가 듣는 수많은 말들 중에 사랑의 말을 마음에 붙잡으면 그 사랑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미움과 이별, 혹은 의심의 말을 마음에 붙잡으면 평안은 마음에서 사라지고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 마음을 지배한다.

믿음의 사람들은 수많은 말들 속에 섞여 들려오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마음에 붙잡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눅8:12). 여기서 말씀을 듣고 ‘지킨다’는 말은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라 유지하고 간직한다는 뜻이다. 만일 그분의 말을 듣고도 붙잡아 마음에 간직하지 못한다면 그는 열매를 거둘 수 없으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말을 듣는다. 그 가운데 우리가 어떤 말을 마음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체가 결정된다. 마음에 들려오는 말 가운데 긍정과 사랑, 이해와 존중의 말이 남아있다면 지금 우리는 건강한 사람이다. 반대로 의심과 외면, 분노와 원망의 말이 마음에 똬리를 틀었다면 속히 시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어떤 성과를 거두었느냐가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에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왔느냐가 바로 우리의 본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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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15 [10:57]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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