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
교계뉴스문화/교육국제/NGO/언론파워인터뷰생활/건강오피니언연재정치/경제/사회한 줄 뉴스
전체기사보기
편집  2019.09.22 [09:02]
"우리 아이가 '우선관리대상’이라네요"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7)
 
신평식
서울시내 중고등학교에서는 최근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나 올해에는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학생들이 직접 온라인에 접속해서 문진표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 가운데 지난해보다 약간 낮은 약 20% 정도가 관심군으로 분류 되었으며, 그 가운데 2차 전문 부문 검사를 마치면, 한 학급에 2~3명 정도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런 검사를 실시하고 학부모들에게 통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이 본인의 문제를 미리 알고 가급적 빠른 시기에 관심을 갖고 치료에 들어가든지, 병의 진행을 막아보자는데 있다.

정서적인 질병의 경우 다른 외상처럼 갑자기 발병하여 그 상처를 치료하면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이것은 발병 이전 서서히 자리를 잡아 진행되며 실제 발병했다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결국 중증으로 진전되면 그 치료 역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학교에 잘 나가는 내 아이가 학교측으로부터 우선관리 대상이므로 병원에서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6월 첫 주, 동창모임에 나갔는데 대기업에 다시는 동창 친구가 식사모임이 끝난 다음 나에게 따로 만나자고 청했다. 2차는 보통 유흥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몰려간 사이 난 그 친구와 함께 커피숍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거 내 막내 있잖은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동현이 녀석.”

“그래 늦둥이라고 축하했었는데 벌써 중학생이야? 동현이 잘 크지? 공부는 잘 하고?”

“그놈 때문이네. 키도 크고 공부도 잘했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우선관리대상’이라고 연락을 받았어. 전문가 상담을 받으라는 거야.”

친구는 심각했다. 일단 학교에서 문진표에 따른 검사를 마치고 나면 그 결과에 따라 우선관리대상의 아이들이 분류되고, 그들에게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운용하는 정신보건센터의 상담이나, 개별적 선택으로 전문의 상담을 권고하는 통신문을 보낸다. 이 친구는 그 통보를 받은 것이다.

“놀랐겠구나!”

“그래, 말썽 없이 잘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학교에서 그런 검사를 한 이유와 그 과정과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이 친구를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우선 그 아이를 키우는 자네의 방식을 잘 점검해볼 기회라고 생각하시게.”

친구는 내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힘없는 말투로 물었다.

“우선관리대상이라면 어느 정도 문제라는건가?”

“앞으로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지.”

나는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고위험군이라든지, 정신병 같은 용어를 피해 최대한 순화된 언어를 사용했다.

“관리한다면 병원관리를 받으라는 거야, 아님 어떻게 하라는 말인데?”

그러나 친구는 관리라는 말에 거부감이 드는 듯 다그쳐 물었다.

“또 성급하게 그렇게 결론부터 내리지 마시게. 자네 말투를 보면 매일 정신과 의사와 상담시키라 해도 할 것처럼 덤비는데, 이것은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야.”

그 친구는 문제가 생기면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 그대로 시행하고 나서 끝났다고 생각하는 성격을 빗대 하는 말이었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지 친구가 물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

“다 그럴 수 있어. 동현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이런 것은 마치 마음에 감기가 든 것과 같은 거야. 몸에 감기가 들면 그냥 놔둬도 낫기도 하지만, 방치하면 큰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야. 모든 아이들은 다 다르게 태어나거든. 그 정서성향과 문제해결 능력에서 말야. 말하자면 생체의 시계 같은 거가 달라. 소화능력이나 수면 사이클 같은 거. 또 부끄러움과 대담함 같은 미지의 상황에 대한 반응. 융통성과 질서에 순응하는 정도 같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 절망이나 한계에 다다랐을 때 끈기를 보일 줄 아는 능력 같은 거에서 다 다르다는 말이야. 동현이의 경우에 그런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에서 다른 또래아이들과 좀 차이가 난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동현이에게 무슨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아니, 어떤 부분에서 또래아이들과 비슷하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말이지. 그래서 앞으로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되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 그럴 징조가 이미 나타나 보이니까 미리 대비하라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데?”

“동현이하고 얘기는 많이 하는가?”

“글쎄, 아이 키우는 건 보통 엄마가 알아서 하니까. 난 매일 늦고.”

“엄마는 동현이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가?”

“엄마도 자기 일이 있으니 별로 시간을 같이 보내기는 힘들지. 학교 갖다오면 학원가고, 돌아오면 잠자기 바쁜데.”

“전형적인 우리 가정들이 다 그렇지. 그런데 이제라도 동현이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대화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친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막상 동현이와 앉으면 할 말이 없어. 잘해주고는 싶은데.”

“잘나가는 자네가 그렇듯이 대부분 아빠들이 그래.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얘기를 하다보면 내가 화를 내고 있고, 나무라고, 훈계하고 있더라구. 그러고 나면 아이는 기분이 상하고. 서먹서먹해 지는 거야.”

“그럴 거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대화하는 방식인데.”

“…….”

“보통 아빠들은 아들과 앉으면 뭔가 가르치려 해. 자신이 못했던 거, 자신이 실수했던 거를 반복시키지 않으려 하고, 그거 다 좋은 거지. 그런데 아들 입장에서는 그런 말은 다 잔소리로 생각해, 마음이 깊은 애들은 좀 들어주기는 하지만, 항상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먼저 아들과 앉으면 아들에게 물어봐. 이게 먼저야. 물어보는 거.”

“그래 알겠어, 질문하라는 말이지. 그런데 뭘 물어보지. 질문하면 딱딱해지잖아?”

“질문하라고 하니까 어려운 것을 물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대화에서 기본적으로 지킬 일은 처음에는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해야지. 흥미로운 것이라든가. 그것을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쉬운 질문은 대답이 뻔하잖아. 들을 가치도 없고.”

“자네가 그럴 줄 알았네. 지금 아들하고 대화하는 거야. 거래처 사람도 아니고,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동현이가 관심 있고,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그가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주라고. 설명하다보면 스스로 다양한 면들을 생각하게 되고, 또 차분해 질 수 있어.”

“…….”

“그 다음에는 경청하는 거야. 동현이 말이 자네 생각과 다르더라도 끝까지 설명하도록 들어줘. 그러면 발견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아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논리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는 방식에서 어떤 핸디캡을 갖고 있는지. 그렇게 경청하다 보면, ‘아, 우리 동현이가 이렇구나’ 생각도 할 거구. 그게 소통이고 공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지.”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럼, 지금 동현이가 아빠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은 아닐 테니까. 또 벌써 사고를 쳐 병원에 입원할 입장도 아니므로 반드시 시간을 내시게.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많은 시간을 내도 안 돼.”

“내가 애에게 잘못했을까?”

“아냐 잘못한 게 없어. 다 잘했지. 너무 잘했는데, 아이랑 핀트가 맞지 않는 거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가 매사를 판단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일반인과 다른 거를 미리 파악하고 발달시켜 주지 못한 거. 생각하고 처리하는 능력 같은 거. 요즘은 너무 빠르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그게 다 문제는 아니야. 늦게 처리하면 그만큼 폭넓게 생각하는 장점도 있거든.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이 있을 수도 있고. 단지 그게 문제가 되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면서 병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되면 곤란해. 아들의 뇟속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먼저 부모가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지금까지는 자네가 생각하는 방식과 속도에 따라 아이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아이의 속도와 판단에다가 자네가 맞추라는 말이야. 그렇게 하면서 아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내고, 아직 발달 되지 않아 속도가 다른 것이 문제로 돌출되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 거야. 더 늦기 전에 아들과 마주 앉으시게. 아무리 바빠도.”

“그러면 좋아질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어. 그러나 아들이 갖고 있는 장점은 찾을 수 있겠지. 또 변화가 많은 시기니까 좀 더 자라 더 크고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려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도 있고. 우선 대화를 통해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해두고, 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 봐.”

이 친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해보겠노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에게 스스로 살아가는 속도를 늦추라고 권했다. 그 친구는 평생을 경쟁하며 살았다. 대부분의 경쟁에서 이겼으며 성공했다. 그러나 아들과 그의 가족들은 그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과정을 모른다. 단지 아버지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선관리대상’에 들어간 학생들이라고 다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단 자기 아이가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실상은 그게 더 문제다.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나 자녀들과 마주할 때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틀 속에 그 사람을 넣어두어서는 안 된다. 그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듣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가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나를 만난 사람이 나에게 마음에 있는 말을 많이 한다면 그 사람을 대화를 잘 하고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나는 말을 많이 하고, 상대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대화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성질을 부리는 사람이다. 대화는 필연적으로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듣고, 그 말에 내가 반응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려면 내가 준비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이다. 마치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질문지를 준비하는 것처럼, 상대에게 질문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상대와 싸움을 할 심사가 아니라면 상대가 대합하기 쉬운 질문부터, 상대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나와 진심을 나누는 것이 좋은 대화이다.

그 다음에는 경청하는 것이다. 상대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면서, 그 핵심을 파악하고, 보다 심도 깊은 내용을 말하도록 맞장구를 쳐주며, 그 생각의 행로를 찾아가 보는 것이다. 그래야 대화의 열매가 있다.

보통 아빠들이 대화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말에 경청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많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훈계와 다짐으로 마무리하면서 대화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같이 있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한다. 겉으로는 아빠의 말에 순종하는 것 같지만, 마음으로는 그 말에 반대하며 대응할 논리를 찾는다.

현대인들, 특히 현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이 정신과, 혹은 정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급박하게 변화하는 주변상황과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업성적도 나오지 않고, 인간관계도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나, 교사들이 그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그 생각의 행로를 따라가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 밖에 다른 길이 없다. 많은 시간과 깊은 정성을 들여서. 그것이 사랑이기도 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구글+
기사입력: 2013/06/10 [14:16]  최종편집: ⓒ newspower
 
관련기사목록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대화와 관심이 자살도 줄인다 신평식 2013/10/17/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의견이 충돌될 때 신평식 2013/10/01/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그곳에서도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 신평식 2013/08/30/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아부도 경쟁력이다? 신평식 2013/08/27/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감동을 느끼고, 그 감동을 전달하라 신평식 2013/08/16/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성공한 사람도 자녀 때문에 힘들어 해 신평식 2013/08/13/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묵비권을 행사하는 아들 신평식 2013/07/23/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좋은 기자는 좋은 질문을 준비한다 신평식 2013/07/19/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삼성, 폭언문화 바꿀 수 있을까 신평식 2013/07/09/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상대의 감정을 따라가라 신평식 2013/07/03/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2 신평식 2013/06/26/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1 신평식 2013/06/24/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마음에 간직할 말을 붙잡으라 신평식 2013/06/15/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열린 마음이 대화를 이끈다 신평식 2013/06/11/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우리 아이가 '우선관리대상’이라네요" 신평식 2013/06/10/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자살예보의 핵심은 ‘언어’다 신평식 2013/06/01/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비난 받을 수 있음을 알게 하라 신평식 2013/05/28/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갑을전쟁, 업신여김의 문제 신평식 2013/05/18/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엄마를 미친×이라고 부르는 아이 신평식 2013/05/10/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폭력 언어, 습관인가 선택인가 신평식 2013/05/01/
뉴스
광고
인기기사 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후원 및 광고 만드는사람들기사제보기사검색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136-5) 본관 107호 TEL 02-391-4945~6| FAX 02-391-4947,
Copyright2003-2018뉴스파워. all right reserved. mail to newspower@newspower.co.kr 등록번호 서울 아 00122 등록일 2005.11.11 발행 및 편집인 김철영. 청소년보호책임자: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