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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16 [08:02]
자살예보의 핵심은 ‘언어’다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6)
 
신평식
일기예보를 하듯 자살을 예보할 수 있을까? 최근 자살도 예보가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와 흥미를 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1등이고 보니 왜 자살을 예보하고, 미연에 대비하거나 막을 수 없는가 고민하던 분들이 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팀은 다음소프트와 함께 자살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이 팀이 계발한 자살예보시스템은 약 1억 5천만 건에 달하는 SNS 속 ‘빅 데이터’(Big Data)를 자료로 분석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살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일조량, 기온, 유명인의 자살과 같은 사회적 사안들까지 함께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8~2009년 국내 자살률과 SNS 속에 나타난 자살관련 단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자살률이 높아질 때 블로그나 트위터에서 ‘힘들어 죽겠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등의 용어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유명 배우나 정치인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자살하면 1~2개월간 SNS 속에 자살관련 단어사용이 폭증한 것을 발견했는데, 일례로 전임 모 대통령이 자살한 뒤 SNS에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빈도가 전월에 비해 무려 8배나 급증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분석자료를 가지고 만들어낸 예고시스템을 2010년 자살통계에 적용한 결과, 실제 자살사건이 늘어나는 추이와 거의 일치하는 그래프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관찰 자료를 보다 발전시키면 실제와 근접한 자살예고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언어로 자살욕구를 표현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는데, 그 하나는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 욕구를 스스로 언어(말)로 표현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쓰는 자살과 관련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이 자살에 이르려면 우발적으로 행동에 옮겨버리는 경우보다 대부분은 그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회적으로 직장이나 사업, 인간관계 등에서 그의 부조화나 불일치 같은 주변 환경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는 봉착한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자기 목숨을 끊는 것이야말로 최종적인 문제의 해결책이라 확신하여 자살을 실행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는다. 다행히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찾아내면 기분도 좋아지고, 걱정도 사라지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하면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살을 택하는 사람은 자살이 문제를 풀어내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방법은 없다고 단호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확신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자살의 방법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살과 관련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일기장이나 유언장 혹은 SNS 같은 편리한 표현수단이 되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뱉는 몇 마디의 단어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언어의 사용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생각을 강화해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람은 어떤 말을 들으면 그 언어를 인식하고 머릿속에서 정리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요즘처럼 정보가 많은 세상에서는 많은 정보들이 언어를 통해 머릿속에 들어와 소화되고 정리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고 버려진다. 우리에게 양약이 될 만한 많은 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쓰여 지고, 혼란스럽게 쓰여 지기 때문에 끝까지 마음에 남아있는 말들은 많지 않는 게 현실이다. 마음에 남아있어야 생명이 되고, 양약일 될 텐데 그리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현대에는 깊이 상고해야 하는 언어보다 자극적이며 감각적인 언어구사가 사람들에게 더 쉽게 어필된다.

그런데, 화가 나 있다거나 문제로 인해 큰 스트레스에 빠져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자극적인 ‘자살’과 같은 언어들은 듣게 되면 자기에게 꼭 필요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져 마음속에서 확신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은 자살과 함께 사랑을 말하고, 희망을 말해도, 이미 그 마음이 절망적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유리한 그 언어만을 찾아 자기가 옳다고 지지해 준다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중증의 우울증 환자나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에 주의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말과 생각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상대가 자살을 암시하는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무시하고 넘겨버리지 말고, 생각의 방향에 파고들어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응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함께 사는 가족들(남편 혹은 아내)이나 신뢰를 받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대응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살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 그게 바로 자살의 사인(Sign)이었어!’ 이것은 상황이 종료된 뒤 지난 일들을 되짚어보면서 발견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어떤 사람이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해도, ‘뭐 그런 말을 해?’라거나 ‘힘드니까 하는 말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 빈번하게 그런 말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바쁜 일상에서 그 사람의 감정까지 어루만지면서 갈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아픈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면 지루하고 힘든 많은 시간을 참아내며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의 감정과 생각의 행로를 함께 찾아가야 한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당장 나와 달리 생각하는 것을 무시해버리고 지나쳐버리면, 시간이 지난 다음,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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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01 [22:29]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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