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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3.29 [20:03]
<한국창조과학회 칼럼>소자에게 물 한 잔
김준 교수(서울대 복잡계과학) 칼럼
 
김준
7년 전 이맘때,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 물안보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조선말에 있었던 대가뭄을 고려하여 국가의 장기 수자원 계획을 재해석함으로써 물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일깨워 각성을 유도하려는 제시경발(提撕警發)의 노력이었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서도 홍보되었듯이 한국은 ‘물부족 국가’이다. 지난 한 세기동안에 심각한 가뭄이 없었지만, 과거 240여 년간의 강수기록은 우리나라가 극심한 가뭄국가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선각자들로서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하여 비의 양을 측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관측을 지속하고 파발마를 통해 모은 자료들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승정원일기에 남아있는 영조 46년(1770년) 이후의 자료는 오늘날 세계적 강수기록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21세기 프런티어연구사업인 ‘수자원의 지속적인 확보기술개발사업단’에서 ‘HydroKorea’ 세부과제 책임을 맡고 있었던 나로서는 지난 240여 년간 서울에서 관측된 연강수량 자료에 나타난 극심한 가뭄 사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880년대 초반에 시작되어 약 25년간 지속되었던 이 대가뭄은 동학란, 임오군란 등 사회혼란과 더불어 결국 조선왕조의 몰락을 가져온 주요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놀라운 가뭄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던 중, 나는 문득 구약성경의 열왕기상에 기록된 엘리야의 가뭄 사건을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부터 약 3000년 전 북이스라엘, 한 선지자가 왕궁의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경비대원들을 제치고 질풍같이 왕의 보좌가 있는 방안으로 뛰어들어 악한 아합 왕을 마주 대하여 선포한다. “나의 섬기는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내 말이 없으면 수년 동안 우로가 있지 아니하리라”(왕상 17:1). 여기서 우리는 이 말을 선포하고는 황급히 사라지는 하나님의 사람 엘리야와 만나게 된다. 그가 왜 이렇게 폭발적인 선포를 감행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살고 있던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그 당시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는 나태함과 안일함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등지고 있었고 아합 왕과 아내 이세벨은 더욱 그러했다. 야고보는 “저가 비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 즉 삼년 육개월 동안 땅에 비가 아니오고”(약 5:17)라고 말하고 있다. 엘리야는 왕과 정면 대결할 용기를 어디서 얻었을까? 그것은 그의 기도 생활의 산물이라고 하워드 헨드릭스 교수는 말한다. 무엇을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일까? 신명기 11:16-17에 의하면 우상숭배는 가뭄을 가져오게 되어 있었고, 엘리야는 그 사실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배역하는 백성에게 비를 내리지 않으심으로써 자신의 말씀을 지키실 것을 확신한 엘리야는 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하나님께 비를 내리지 마시도록 간절히 기도했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던 것이다.

대가뭄이 시작되기 전인 1860년대 말의 조선은 천주교 박해가 절정을 이룬 시기였고, 불길에 싸인 셔먼호에서 뛰어내려 대동강 강변에 오른 토머스 목사가 참수 직전 군인에게 성경을 주고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며 개신교의 첫 순교자가 된 시기이다. 가뭄이 시작된 1880년대는 천주교의 대박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알렌, 언더우드, 스크랜톤, 아펜젤러 등의 많은 개신교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온 시기이다. 그 당시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에는 “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앉히셨습니다. . . .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지켜주소서!"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즈음 시작된 조선의 대가뭄은 그 누군가 하나님의 사람이 엘리야와 같이 비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 결과가 아닐까?

“많은 날을 지내고 제 삼년에 여호와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너는 가서 아합에게 보이라. 내가 지면에 비를 내리리라“(왕상 18:1). 이제 엘리야는 갈멜산 위에서 큰 비를 위해 다시 간절히 기도한다. 제단에 불을 내려 모든 백성이 보고 엎드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고백하게 한 것도 기도였고,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작은 구름으로, 작은 구름에서 결국 큰 비를 내리게 한 것도 일곱 번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의 진전이었다. 이로부터 약 삼천년 후에 하나님은 또 다른 엘리야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조선 땅에 비를 내리신 것이 아닐까? 조선의 대가뭄이 해갈되던 시기인 1905년에서 1910년 사이의 기간은 독로회(獨老會)가 설립되어 한국 교회의 독자적 발전이 기약되는, 한국 그리스도교 사상 가장 희망적인 시기인 동시에 통감정치가 시작되어 일본침략의 마수가 최종 단계에 이르는 한국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깨닫게 된 것은 1907년 1월에 바로 평양대부흥운동이 일어나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온 조선 땅을 덮었고, 이 사건 이후 고백과 뉘우침, 새로운 삶을 선언하는 운동이 전국의 교회로 확산되면서 조선의 기독교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실로 엘리야의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조선 땅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시고 자신의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며 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역사이래, 인류는 전례 없는 속도로 지구 환경을 망가뜨려왔고 이제는 자연의 정화능력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요한계시록 6장에서 네 말 탄 기사의 말씀을 통해서도 마지막 때가 가까이 와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일곱 개의 봉인된 두루마리 중에서 이미 네 개가 열렸는데 네 말 탄 기사는 각각 과잉인구, 지속불가능한 경제발전, 기아와 빈곤, 그리고 환경파괴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대로 갈 경우 2030년까지 지구가 적어도 두 개는 더 있어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월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압박받는 지구(Planet Under Pressure)’ 라는 중요한 전 지구적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수천 명의 과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이 한 주간동안 함께하며 지구를 살리고 다음세대에 풍요로운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모두가 힘과 정성을 다해 청지기의 삶을 살 것을 다짐하고 선포하는 자리였다. 사실 이러한 지구환경을 돌보는 청지기의 삶의 모범이 바로 교회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는 없을까?

이제 우리는 리처드 라이트 교수가 강조한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우리의 특권과 책임을 다시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창세기 1장 28절에는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있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다스리고, 지배권을 갖고, 경작하는 일들은 모두 문화의 발달을 의미한다. '생육하고 번성하여'라고 한 것은 이러한 문화적 통치 위임의 수행이 새벽이슬처럼 나아올 미래의 후속세대를 통해서만 가능함을 말한다. 즉 우리의 지배권은 위임된 권한이며 이는 문화를 발달시키는 것과 피조물을 보살피는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청지기적 사명은 창세기 2장 15절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하나님이 그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사 그것을 다스리며 지키게 하시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다스리며' 라는 히브리어는 일하다, 섬기다, 경작하다, 예배하게하다 등의 여러 의미를 지닌다. 또한 '지키게 하시고‘의 경우, 보호하다, 선지자로 지키다, 보존하다, 파수꾼으로서 경계하다, 앞을 내다보며 자세히 들여다보다 등의 뜻을 지닌다. 이 두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피조물에 대한 섬김과 보존의 태도를 암시한다. 이 말씀을 21세기를 사는 우리 자신에게 적용하면, 우리의 특권은 하나님의 문화적 통치위임을 받은 청지기로서 맡겨진 각자의 영역(가정, 마을, 교회, 학교, 직장, 사회, 국가, 지구, 우주)에서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양을 돌보는 선한 목자와 같이, 지키고 경계하되, 멀리 내다보며, 선지자적 파수꾼으로서 섬김과 보존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십년간 한국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앞서 언급한 ‘HydroKorea’라는 국책연구사업을 수행하였는데, 매년 40여 명의 학생들과 학자들이 참여하였다. 그 중에서 지하수분야로 석사학위를 받은 한 젊은 과학도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케냐와 수단의 선교사로 헌신하였다. 비록 연구 프로젝트는 종료되었지만, 이들은 HydroKorea의 비전을 넘어, ‘HydroKenya’로, 더 나아가 이제 ‘HydroAfrica’의 비전을 품은 하나님의 청지기가 되었다. 아프리카 온 땅을 두루 다니며 수백 개의 우물을 파서 맑은 물을 공급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그 젊은 과학도는 편지에 이렇게 전했다.

"여러분,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가 지구를 지키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각자 거하는 처소에서 열심히 땀 흘리기를 소망합니다. 연구하시는 분들은 HydroAfrica의 비전이 이루어지도록 전 지구적 협력에 땀을 흘리시고, 저희들은 현장에서 유목민들과 호흡하며 땀을 흘리고,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을 이렇게 썼다.

"우리가 기쁜 일이 한 두 가지이겠냐 마는 그 중의 제일은 맑은 물 한잔 마시는 일, 맑은 물 한 잔 나누어 주는 일, 그리고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울며,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아마도 '마음의 성실함'과 '손의 공교함'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섬긴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의미일 것이다. 주님이 맡겨 주신 작은 일에 열심과 열정으로 묵묵히 청지기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새벽이슬처럼 더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그 자리에 굳게 서서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하여 이 세대에 영향력을 끼치시도록 그들 손의 행사를 견고케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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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3/20 [17:18]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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