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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7.13 [09:05]
"복수심 가득찬 독, 물려주지 마라"
마이클 랩슬리 신부 "용서 없이는 한반도 통일도 없다"
 
이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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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랩슬리 성공회 신부가 지난 2일 ‘한경직 목사 추모 10주기 국제 평화·화해 컨퍼런스’에서 영락교회 교인들에게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면, 용서하라”고 말했다.
 
영락교회는 해방 후 공산주의자들의 핍박을 받고 남하한 이들이 세운 교회로, 북한에 대한 미움이 없지 않다. 이에 랩슬리 신부는 통일을 원한다면, 그러한 미움을 내려놓고 용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사실 그들을 용서하고, 이해하라는 메시지는 곧잘 전해져왔다. 그럴 때마다 일각에서는 “6.25를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거셌던 게 사실이다. 자신이나 가족이 희생을 당했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들의 아픔과 핍박은 현실에서 벌어진 구체적인 사건이니만큼, ‘용서’, ‘화해’라는 추상적 언어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용서와 화해라는 말, 쉽게 써선 안 된다
그러나 이날 랩슬리 신부의 발언에는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남아공 역사적 아픔의 치유를 위한 연구소’ 소장으로, 과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20년 전 소포하나가 배달되었고, 그것을 열어본 순간 한쪽 눈과 고막, 그리고 두 손을 잃었다.
 
▲ 남아공에서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벌이다가 한쪽 눈과 고막, 두 손을 잃었다.     © 영락교회

그는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도 모르고, 누가 지시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를 용서해야 할 지 모르지만, 만약 그가 나타난다면 그를 용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보복의 공의’보다는 ‘회복의 공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곧바로 “한반도에서 하나님의 꿈은 보복이나 미움이 아닌, 평화와 회복으로 통일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통일의 진행과 그 형태에 대해서도 섣불리 예상하거나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께서는 한반도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교회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60년 동안 이 교회를 준비시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분들의 계획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꿈과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복수심 가득찬 독, 자녀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또한 랩슬리 신부는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희생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독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즉, 핍박받은 기억 때문에 마음속에 독을 가득 담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복수해야 할 지’를 전해주지 말라는 것이다.
 
▲ 영락교회는 해방 후 공산주의자들의 핍박을 받고 남하한 이들이 세운 교회로, 북한에 대한 미움이 없지 않다. 이에 랩슬리 신부는 통일을 원한다면, 그러한 미움을 내려놓고 용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 영락교회

이에 대해 그는 남아공의 역사를 예로 들었다.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의 첫 평등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그를 핍박해오던 이들에게 똑같이 당한대로 보복하자고 했었다면 오늘날의 평화는 없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독성은 통일 이후를 위해서라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통일을 경험한 독일인들은 마음의 치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치유는 용서와 화해를 거친 후에야 가능하다. 그래서 랩슬리 신부는 부활의 그리스도를 알기 때문에 “내가 했던 것, 당했던 것 때문에 생긴 증오를 내려놔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20년 전 눈앞에서 폭탄이 터질 때, 그 때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신 위대한 약속이 이뤄졌습니다. 그때의 약속은 고난당하지 말라는 약속이 아니라 세상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전쟁과 인종차별 피해자의 표본입니다. 보시다시피 초라한 모습이지만, 하나님이 함께 계심으로 그들을 용서하고 하나님 성품의 표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랩슬리 신부는 “우리 자신과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 용서의 여정을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 마지막으로 랩슬리 신부는 “우리 자신과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 용서의 여정을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 뉴스파워 이범진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 각국의 대표 목회자, 신학자를 초청해 진행되는 것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세계교회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했다. 지난 달 31일부터 4일까지 5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이안 토랜스 프린스턴 신학대 총장, 버나드 타호투리 브룬디 성공회 대주교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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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1/04 [02:48]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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