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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6.21 [21:03]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범불교도 대회>를 보고 느낀 점들.."종교편향금지법 제정 반대"
 
서경석
1986년 쯤의 일이다. 뉴욕의 한 한인교회의 교육목사로 있으면서 뉴욕유니온신학교를 다닐 때였다. 한번은 불교도들이 불교의 法亂을 초래한 전두환 정권을 규탄하는 데모를 뉴욕총영사관 앞에서 한다는 뉴스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놀랄 일은 이때 기독교에 대한 규탄도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데모를 주동하고 있는 스님을 찾아 통화를 했다. 나는 “기독교와 불교가 다 같이 힘을 모아 전두환 정권과 싸워야 하는데 왜 기독교를 공격합니까?”하고 질문했다. 그 스님은 당시 카나다에 계시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스님은 기독교인이 불교에 대해 너무도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이다. 불상에 똥물을 끼얹고, 빨간 페인트로 불상 얼굴에 십자가를 긋는 행동을 종종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기독교에 대한 성토도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그 스님께 “스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나는 기독교목사이지만 기독교를 성토하는 그 집회에 참석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총영사관 앞 데모의 유일한 기독교인 참석자가 되었다.

  그때 나는 불상을 훼손하고 불교의 말살을 기도하는 기독교인의 태도는 바른 신앙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심판하신다고 믿는다. 그리고 불교는 세상의 일부로서 하나님의 피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교가 보여주는 진리는 불충분한 것으로 진리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고 참 진리는 기독교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신앙의 눈으로 불교를 바라볼 때 불교에는 긍적적인 요소와 기독교에 反하는 요소가 함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믿는 하나님이 창조주이자 심판주라고 해서 타 종교를 비하하고 핍박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기독교의 하나님은 평화와 사랑의 하나님이시며 죽기까지 자기를 낮추신 섬김의 하나님이시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총영사관 앞 불교집회에 참석함으로써 기독교인의 불상 훼손에 대해 속죄하는 자세를 보여주려고 했다. 
 
  불교에 대한 기독교의 배타성은 기독교문화 안에 깊게 뿌리내려져 있다. 미국교포사회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교포 목사님들이 스님과는 자리도 같이 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그리고 교포사회 집회에서 목사님들이 공중기도를 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 교포사회에 기독교인의 비율이 높아 그러한 관행이 통용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기독교의 태도는 다른 종교를 믿는 분에 대한 횡포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불교인들은 참으로 타종교에 대해 관대하다. 그동안 나는 조계사에 여러번 초청되어 불교집회에서 인사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제가 기독교 목사인데 불교집회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들 기독교인은 속이 좁아 스님을 교회에 초청하지 못합니다”고 말하면서 나의 말을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나는 기독교인 집회에 스님을 초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불교도 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한 청지기직을 감당해야 할 우리는 종교를 초월해서 모든 사람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서울조선족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 창립예배를 보면서 내가 아는 스님을 초청했다. 그런데 스님 한 분이 창립예배에 참석하고 있으니까 교인들이 전부 긴장을 해서 예배에 마음을 모으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스님을 예배에 초청할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나는 이번 범불교도대회를 보면서 기독교를 위해서도 이런 집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에서 찬송소리가 흘러나와야 직성이 풀리고 대통령의 말씀 중에 하나님이란 말이 나와야 속이 후련해지는 마음가짐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창조주이고 심판자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은 외양에서 후련함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나는 이번 불교집회를 계기로 모든 공직자의 종교편향이 철저하게 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집회를 계기로 내가 다시 예배에 스님을 초청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범불교도 대회를 지켜보면서 갖는 몇 가지 소감이 있다.
 
첫째로 나는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공화국을 만들려고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정부의 종교편향이 의도적이거나 정책적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중세도 아니고 21세기에 어느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장로 대통령이 아니라 목사대통령이 나와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원인은 일부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태도, 즉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세속세계에서 기독교 왕국을 건설하라는 말로 해석하는 중세적 사고가 암암리에 영향을 미친데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교회지도자들의 성명서를 내는 일을 주도했고 또 기독교의 반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 불교계가 정부와 “끝까지 대결” 하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싸움을 마무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실체가 없는 유령과 싸우는 것이 된다.  불교계가 이번 기회에 무엇을 확실하게 손에 움켜쥐려고 생각하지 않기 바란다. 오히려 이번 집회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기독교인과 기독교 공직자들에게 크게 경각심을 주었다는 점이라고 본다. 불교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가져온 불교에 대한 좋은 인상이 훼손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 종교편향 금지를 위한 법제정도 아닌 것 같다. 종교편향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매우 힘들고 다른 나라의 전례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규제하기도 어려워진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법으로 대처할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둘째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독교 일각의 근본주의적 사고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준한 종교 간의 대화, 인내, 관용으로, 반성과 화평으로 풀어야지, 투쟁이나 기싸움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문제가 종교간 감정싸움으로 가면 나중에는 종교간 싸움이 증폭될 것이다. 범불교대회가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모였는데 거꾸로 종교간 분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교회내의 모든 예배에서 행해지는 설교내용을 전부 조사한다면 불교가 문제제기할 내용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내용들을 전부 폭로하는 것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아마 불교의 법회에서도 기독교를 비하하는 설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을 전부 조사해서 폭로하는 것이 뭐가 좋겠는가? 이번에 장경동목사의 설교가 큰 자극을 주었는데 cbs가 이를 폭로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폭로하지 않았더라도 장경동 목사는 범불교도 대회를 보면서 그런 자극적인 설교는 앞으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폭로와 대결과 투쟁이 능사가 아니다. 종교편향문제는 상대가 있는 만큼 인내, 대화, 관용, 반성으로 풀어야 한다. 
 
  셋째로 불교계가 문제점을 지적할 때 공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과 신앙공동체 내에서 한 발언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불교대회가 있는 날 아침에 불교측은 신문광고를 냈다. “이명박장로님, 이래도 기독교공화국을 꿈꾸는게 아닙니까?”라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공동체 안에서 예배시간에 한 신앙간증을 문제 삼았다. 기독교인은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로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또 기독교인은 누구나 다 민족복음화의 사명을 간직하고 있다. 이점은 이명박 장로님이나 어청수 경찰청장이나 일반신도나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예배시간에 대통령직보다 장로직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니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그런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불교계가 문제 삼으면 기독교인들은 크게 당황하게 된다.

  기독교인은 두 개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신앙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세속사회다. 신앙세계의 언어를 세속의 언어로 생각해서 불교가 이를 규탄한다면 신앙세계는 존재할 곳이 없어진다. 기독교는 그동안 선교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 왔다. 기독교의 역사는 곧 선교 자유의 투쟁의 역사다. 종교간 화평을 위해 기독교가 인내하고 반성할 부분이 있지만 또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불교계는 기독교가 신앙공동체 내에서 나눈 신앙적인 발언들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 그런 내용을 문제 삼으면 종교간 화평이 아니라 종교간 전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된다. 불교인 공직자도 절에 가서 “모든 것이 다 부처님의 공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공적인 자리가 아닌 신앙공동체 내에서 한 발언은 문제 삼으면 안 된다.

  또 청와대에서 예배 보는 문제도 이 예배가 공적인 정부행사인가 아니면 대통령 가족 중심의 예배인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공적행사로 예배가 이루어졌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대통령 가족중심의 예배라면 대통령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대통령은 주일날 일반 교회에 가서 예배보지 못한다. 신도들의 몸수색 등 신도들에게 주는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넷째로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문제를 불교가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경찰이 총무원장 스님의 자동차 트렁크를 검문한 것은 내가 보더라도 잘못되었다. 불교도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어청장을 해임시키면 또 다른 큰 문제를 야기시킨다. 원칙적으로 검문이나 단속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단속이 만인에게 평등했다는 이유로 경찰청장을 해임한다면 경찰은 더 이상 직무수행을 할 수 없게 된다. 경찰청장 해임요구가 트렁크 검문에서 비롯된 한에는 이번에 경찰청장은 해임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불교계는 경찰청장의 해임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정부가 해임결정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불교계를 업신여겨서가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을 도저히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조계사 내 수배자에 대한 대화합 조치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대단히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오히려 재판에 지관스님이 증인으로 출석하셔서 대화합 성격의 판결을 해 줄 것을 재판관에게 호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다섯째로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불교계의 주장에 대해 기독교는 사실은 할 말이 매우 많다. 기독교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 자신도 할 말이 많은데 다른 목사님들은 나보다 더 할 것이다. 불교계는 종교간 갈등이 커질까 보아 말을 아끼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의중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긴급하게 종교간의 비공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감성적 선동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또 정부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불교계는 정부의 말도 경청해야 한다. 그래서 규명할 것은 규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정말로 불교계가 말하는 것처럼 상생과 평화, 관용과 화평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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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28 [15:56]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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