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
교계뉴스문화/교육국제/NGO/언론생활/건강파워인터뷰오피니언연재정치/경제/사회한 줄 뉴스
전체기사보기
편집  2018.04.24 [02:02]
유서는 메시지를 남긴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살 행렬에 어쩌면 우리는 방관자 아닐까
 
신상목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1986년 학업에 압박감을 느끼고 자살한 중3 여학생의 항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살기가 싫다. 죽고 싶다. 안면도에 묻어 달라.”
(지난 7월 17일, 인천의 30대 손 모 주부가 생활고와 카드빚을 비관한 나머지 고층 아파트에서 두 딸을 먼저 창 밖으로 던진 뒤 자신도 아들과 함께 투신 자살했다. 손 씨의 뒷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

“난 레벨이 낮으니 그만 살아도 되잖아.”
(7월 21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2년에 재학 중이던 이 모 씨가 방에서 줄넘기 줄에 목을 매 자살하기 직전 게임 동호회 게시판에 올린 글.)

“더 이상 빚을 갚아 줄 수 없다. 잘 살아라.”
(7월 30일, 수원에 사는 60대 아버지가 아들의 카드빚을 갚아 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옷 속에 남긴 유서. 경찰은 조사 결과 6,200만 원의 카드빚을 지고 있는 지체장애인 큰아들을 위해 3,200만 원을 갚아 주고, 자살하던 날 오전에 다시 은행에서 3,000만 원을 대출 받아 건네준 것으로 밝혀졌다.)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다.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이 일이 싫고, 소득 조정이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지난 8월 4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차장급 직원이 국민 연금의 제도적 폭력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번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글.)

“지이 엄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만 남기는군요. 지이, 영이, 영선 이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지이야 오늘 보니 더 이뻐졌더군. 나 때문에 너의 생활이, 사랑해. 영이, 너를 볼 때마다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느끼는데 너는 굳건히 잘 살 것이야. 영선아 너하고의 사랑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 지이, 영이, 영선, 엄마 잘 모시고 살거라.”
(8월 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 본사 12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투신 자살한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이 가족에게 남긴 유서.)

“엄마 아빠는 아무리 찾아 봐도 한 길밖에 보이지 않아 그 길을 택하기로 했다.”
(8월 13일, 연간 매출액 1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60대 사장이 회사의 부도로 아내와 함께 극약을 마시고 자살하며 딸에게 남긴 글.)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은 유서를 통해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나 너무 짤막하고 간결하기만 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우리는 그들의 많고 많은 사연들을 듣고 싶다. 만약 그들의 하소연이라도 들어주었더라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을까. 사회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자살 행렬에 어쩌면 우리는 방관자요, 살인자가 아닐까.
우리가 그들의 비상구가 되어 주자.



글·신상목 기자

*[빛과소금] 9월 1일자에 게재된 글을 허락받아 재게재함.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구글+
기사입력: 2003/08/31 [22:46]  최종편집: ⓒ newspowe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뉴스
최근 인기기사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후원 및 광고 만드는사람들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136-5) 본관 107호 TEL 02-391-4945~6| FAX 02-391-4947,
Copyright2003-2017뉴스파워. all right reserved. mail to newspower@newspower.co.kr 등록번호 서울 아 00122 등록일 2005.11.11 발행 및 편집인 김철영. 청소년보호책임자: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