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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7.23 [07:03]
사회참여로 이어진 청교도 영성
 
원종천
 
언약사상은 청교도 개혁운동을 위한 중요한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이미 앞에서 본 대로 개인언약은 개인의 구원을 위하여 맺은 하나님과의 은혜언약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교회언약은 은혜언약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말미암아 자발적으로 모여서, 거룩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하나님과 맺은 언약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청교도 개혁운동이 사회와 국가의 개혁을 위하여 결정적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언약이 있었다. 그것은 사회언약이다.
 
사회언약은 사회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사회 전체를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로 만들어 하나님은 그 공동체의 하나님이 되고 그 공동체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겠다고 맺은 하나님과의 언약이다. 이 사회언약은 하나님과 사회공동체 사이의 언약인 동시에 한 사회 내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언약을 포함한다. 전자를 ‘국가언약’ 그리고 후자를 ‘정치언약’이라고 부른다. 사회언약 사상은 종교개혁 이후로 발전되는 새로운 정치사상의 기반을 이루게 되었고 나아가서 현대 유럽 정치사상의 기반을 이루게 되었다.
 
국가 정치를 위한 올바른 사상
 
사회언약 사상은 종교개혁 후 이미 유럽 대륙에서 형성되었다. 삶의 모든 영역을 하나님 말씀과 진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원칙하에 16세기 개신교 정치 사상가들은 국가 정치를 위한 올바른 사상을 추구했다. 사회언약 사상의 출발이었다. 사회언약 사상은 국가언약과 정치언약으로 그 개념이 나누어진다.
 
국가언약은 하나님과 국가 공동체 사이에 맺은 언약이다. 이것은 국가의 전체 백성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으며 그 언약의 조건에 의하여 하나님을 따르고 순종하기로 자발적으로 서약하는 것이다. 이에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겠다고 서약하신다. 언약이 지켜질 때 하나님은 그 국가를 축복하실 것이고,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징벌을 내리신다. 국가의 통치자는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지키도록 하는 언약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 사상은 신명기 11장 8∼17절 등에 나타나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관계에 근거하고 있다.
 
정치언약이란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맺는 언약이다. 지배자는 피지배자가 순종하지 않을 때 권한을 행사하여 물리적 압력을 가할 수 있고, 피지배자는 지배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 그를 저항할 수 있다. 지배자는 국가의 정책 수립과 모든 정치행위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주신 권력을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권력은 남용될 수 없다. 백성들은 대표자들을 세워 지배자가 권력 남용 등의 불의한 통치를 하지 못하도록 점검하며 저항할 수 있다.
 
17세기 청교도의 언약사상은 사회언약 사상으로 발전하면서 영국에 사회적·국가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1630년대에는 미 신대륙으로의 이주라는 사건을 통하여 뉴잉글랜드에서 ‘거룩한 사회공동체’를 건설하게 되며, 영국에서는 1640년대에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지고 교회정치제도가 바뀌어진다. 당시 왕정중심의 전체주의가 보편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극도로 과격해 보이는 이와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가? 근본적으로 사회언약 사상이 그 역할을 했다.
 
영국은 왕정 통치하에 국교회를 세운 후 교회를 하나님의 뜻대로 이끌지 못하고, 국가 정치마저도 의회를 무시한 채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 청교도들은 국가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를 두려워했다. 1607년 분리파 청교도들이 영국을 떠나 화란으로 이주한 이유 중의 하나도 영국에 임할 하나님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1620년에 화란에 거주하던 분리파 청교도들이 미 신대륙으로 이주한 것도 1618년 이미 유럽 대륙에 시작된 30년전쟁의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유럽대륙에도 하나님의 징계가 임했다고 그들은 믿었기 때문이다.
 
1629년 영국은 정치적으로 패망의 길을 가고 있었다. 당시 통치자 찰스(charles) 1세는 독재의 길을 가고 있었고, 드디어 의회를 해산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1630년 존 윈스롭(john winthrop)이 1,000명의 청교도 무리를 이끌고 미 신대륙으로 이주한 이유 중의 하나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영국에 하나님의 징벌이 임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이상적 사회공동체 건설
 
미 신대륙에 도착한 분리파 청교도들과 독립파 청교도들은 이상적 교회와 아울러 이상적 사회건설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상적 사회건설에는 국가언약과 정치언약이 담긴 사회언약 사상에 기초하여 올바른 사회를 건설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었고, 그것은 사회 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정치형태와 정치방법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매년 통치자를 투표로 선출했고 선출된 정부 관리들은 사회언약에 입각하여 거룩한 사회공동체 건설에 책임을 다했다. 정부의 권한은 최소화시키고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극대화시켰다. 시민들에게는 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고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선출 또는 파면할 수 있게 했다.
 
사회공동체 건설도 하나님의 은혜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식하에 하나님과 은혜언약 관계에 있는 자들이 앞장서도록 했다. 개인은 이웃들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잘 지키는지 돌보아 주고 권면했다. 개인의 죄악으로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의 진노를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청교도들은 미 신대륙에서 그들의 사회를 건설해 나갔다.
 
한편 영국에서는 핍박 가운데 청교도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1640년대에 이르러 의회가 청교도화되었다. 청교도의 가르침은 의회를 통하여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회는 왕 찰스 1세의 독재에 항거하며 불순종하기 시작했다. 의회는 영국 교회 감독들의 정치 간섭을 거부하고 나아가 영국국교회 감독제도의 폐지를 요구했다. 사회언약 사상을 주제로 하는 청교도 설교들이 대거 출현했다.
 
1641년부터 의회의 대저항은 시작되었다. 영국국교회 감독의 권한 축소에 이어 감독의 제거를 요구하였고, 왕은 이것을 거부했다. 의회는 탄원서를 올렸고 왕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1642년 찰스 왕은 자신을 비난하던 다섯 명의 의원들을 체포하기 위하여 의회에 군대를 진입시켰다. 이것이 촉매가 되어 드디어 왕당파와 의회파 사이에 무력 충돌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시민전쟁(혁명)의 시작이었다. 심각한 사태에 이르자 전쟁 발발 이전부터 청교도들의 요청에 의하여 국가기도회가 시작되었고, 영국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금식의 날로 선포하고 매번 두 편의 설교가 청교도 성직자들에 의하여 선포되었다.
 
의회설교는 국가언약 관련 내용이었다. 하나님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도 통치하신다는 것이다. 현 영국 상황은 하나님과 영국 사이에 언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사회언약의 파괴는 결국 하나님의 징벌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의회설교는 회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의 회개이다. 아울러 청교도 설교가들은 교회와 국가의 개혁을 요구했으며 뜻을 따르는 자들에게 참여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받은 은혜언약에 있는 하나님 자녀들이 사회와 국가의 개혁을 위하여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1648년 전쟁은 의회파의 승리로 종식되었다. 영국의 왕정과 영국 교회의 감독제도는 무너졌다. 영국은 의회통치가 시작되었고, 영국 교회는 장로교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한 세기에 걸친 청교도의 개혁운동은 드디어 청교도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청교도 승리 이후에도 복잡한 상황은 계속되었고, 청교도 통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본 청교도 개혁운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개인경건이 사회참여로 이어진 청교도 영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교도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경건운동이었다. 그러나 개인경건은 단순히 개인의 거룩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청교도들은 알았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나와 하나님과의 개인 관계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하나님과의 은혜언약하에 진정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그를 따르며 주님의 제자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교회에 속해 있고 또한 사회와 국가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는 내가 속해 있는 교회와 사회 그리고 국가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와 불가분한 것이다. 내가 속한 교회와 사회 그리고 국가가 축복을 받을 때에 그것에 속한 내가 함께 축복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와 그리스도의 제자로 나의 개인적 신앙과 아울러 교회와 사회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도록 참여해야 한다.
 
과연 우리 삶과 우리 신앙은 정도를 가고 있는가? 말씀의 진리대로 하나님의 주권이 내 삶의 모든 영역을 통치하고 계시는가?
 
원종천·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 다음 호부터는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의 근세교회사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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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02 [17:19]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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