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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8.09 [09:01]
로마에서 구금 중에 드리는 편지(5)
유럽목회연구원장 한평우 목사가 코로나19사태로 로마 자택에서 보내는 칼럼
 
한평우

  

▲ 코로나19사태로 한가한 이탈리아 로마 시내.     ©뉴스파워

이태리는 지금 코로나와의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장수들인 의사들이 죽어가고 감염된 간호사는 자신이 코로나 병균을 감염시켰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닥쳐온 재난이기에 대처할 여력이 없고 그저 우왕좌왕 할 뿐입니다.

 

정부의 대책이라고 해야 그저 집밖에 나오지 말라.

사람과의 거리를 1,5m-2m로 떨어져라.

순을 잘 씻으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권고입니다.

 

성경에 도적이 올 것을 예상하였다면 대비를 하였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찾아온 도적에게는 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유하였듯이 꼭 그런 정황 같습니다. 어떤 나라는 다 지나갔다, 우리는 철저하게 방역하였기에 큰 문제가 아니다 라고 하는 낙천적인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과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이번 코로나는 그리 쉽게 물러가지 않고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는 힘을 다해 세상을 괴롭히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엇 그제는 사망자가 600명으로 떨어져 다행이다, 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이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제는 또 다시 사망자가 740명으로 상승하였습니다. 감염자나 사망자의 숫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져 전 국민들을 두려움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게 되어야 할 텐데 아직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다가 잠이 깨면 눈을 부비고 태블릿 PC를 켭니다.

그리고 이태리의 코로나 상황을 습관적으로 봅니다.

전시에 전선의 상황을 라디오로 청취하듯 말입니다.

 

종일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아들에 대한 뉴스도 나오고 아내를 죽인 남편에 대한 기사도 나옵니다.

밖에서 종일 일하다 집에서는 일을 마친 자들이 휴식을 위한 장소이어야 하는 데 하루 종일 밖을 나가지 못하고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니 삶이 말이 아닙니다.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는 밀라노에 사는 손녀가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니 어른들이야 어떠하겠습니까?  

 

노아의 방주 안에서 377여 일 동안을 각종 냄새를 풍기는 짐승들과 함께 있어야 했던 노아가족을 추억합니다. 저들은 온 통 캄캄한 배 안에서 사납게 쏟아지는 폭우소리를 온 종일 들으며 지내야 했으니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하늘로 향한 창을 통하여 끊임없이 기도하였을 테지만 말입니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쩌면 죽은 도시 같습니다. 밀라노에서는 그래도 확진 자가 적은 남쪽으로 피신하려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역에 나온 시민들을 경찰들이 모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으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따사한 햇빛이 찾아오는 아스팔트 모서리에 파아란 새싹이 봉긋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틈이 보이지 않는 곳인데, 어떻게 그 작은 틈을 비집고 풀씨가 들어가 싹을 틔웠는지 신비하기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생명체는 이처럼 신비하고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우리도 연약해 보이는 풀처럼 견고한 아스팔트 모서리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열하게 우리를 공격한다 해도 말입니다. 김수영님의 시를 여러분들과 함께 음미하고 싶습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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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06 [10:30]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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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로마에서 풀어놓는 한평우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
연재이미지1
한평우 목사는 1982년 로마한인교회를 부임하여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으며, 1993년 유럽목회연구원을 설립하여 선교사와 목회자들의 영적 재충전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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