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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9.25 [16:08]
대화와 관심이 자살도 줄인다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21)
 
신평식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가 된지 오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8.1명으로, 그 이전 해의 31.7명보다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어 가히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990년대 이후 자살률 추이를 보면 1990년에 7.6명이던 것이 1995년에는 10.8명으로 늘어나더니 2001년에는 14.4명으로, 2007년에는 24.8명으로, 2009년에는 31.0명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는 우리와 달리 큰 변동 없이 10명 미만에 머무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20명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2천 년대를 전후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1858-1917)은 그의 <자살론>에서 자살의 유형을 크게 4가지로 구분했는데, 이기적 자살과 이타(利他)적 자살, 숙명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그것이다.

이기적 자살은 입시실패와 같은 개인적 문제가 원인인데, 사회의 통합성 같은 유대가 약화되고 개인의 문제가 그 개인에게만 내 맡겨질 때 발생한다. 이에 반해 이타적 자살은 덴마크병사의 자살이나 전체주의 하에서의 자살공격대와 민주열사들이나 독립투사들의 자살처럼 집단을 위한 혹은 집단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자살이다. 숙명적 자살은 사회의 규제가 과도할 때 나타나는 형태로 노예제도 같은 억압 하에서 도저히 삶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인 규제상황에 처했을 때 선택하는 자살이다. 또 아노미적 자살은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규범적 규제력이 약해질 때 사회변화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허무함’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뒤르켐은 자살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극심한 사회변동을 꼽았는데, 혼란스러울 정도로 사회가 급변하고 그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는 혼란기에 일어나는 자살을 아노미적 자살이라고 정의했다. 아노미는 그리스어 아노미아(anomia, 무법천지)에서 유래한 말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규범과 제도가 무너짐을 뜻한다. 뒤르켐은 가치관의 혼란, 지위의 변동 등으로 정신적 환난이 야기되면 자살률이 상승한다고 본 것이다.

2천 년대, 격변기 거치며 자살 급등

그렇다면 2천 년대를 전후에 우리사회는 어떤 변화와 혼란을 경험했을까? 필자는 우리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요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사회 경제적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신자유주의의 입지가 강화되었으며, 끝을 모르고 확장되던 경제순환이 하루아침에 멈추면서 수많은 가장들이 일터를 잃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이 직장을 잃는다는 말은 극빈층으로 몰락하는 것으로 사회적 죽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무너지고, 출렁이던 집값은 고점을 찍은 뒤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어 이른바 깡통 아파트를 양산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을 압박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라는 청년실업으로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당연시되고, 3포세대가 등장했으며, 사오정의 일반화로 중장년층의 실패는 빈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거기다 생활물가의 급등으로 직장을 가졌다 해도 중산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모든 것이 경제중심으로 평가되는 환경이 되었다.

둘째, 정치 이념적 요인이다. 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지체 없이 ‘민주주의의 성공’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의 성공은 민주주의의 특성인 합의를 통한 성공이 아니라 대결을 통한 성공으로 1998년 들어선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와 이후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념적으로 과거보다 더 첨예한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돌출했다. 이렇게 된 책임은 국민통합을 이끌어내지 못한 지도자들의 잘못이 크다. 이로 인해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도 더욱 심화되었으며, 상대와의 합의보다는 상대를 이기려는 대결구도가 강화되었다. 우파나 좌파 모두 각각 갖고 있는 장점을 상실한 채 소통과 합의, 통합과 전진이라는 발전적 활로를 찾지 못해 더욱 치열하게 상대를 죽이려는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

셋째, 종교 철학적 요인이다. 사회정치적 변화 속에서 그 활로를 제시해야 할 종교와 철학은 그 내적 문제에 함몰되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즈음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는 그동안 쌓아온 기득권에 안주하여 대다수에 달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으며, 그들에게 살아갈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교회를 비롯한 종교예식에서 젊은이들이 떠났으며, 학교에서도 인문철학과목이 없어져가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기존의 윤리가 붕괴되고, 자기 유익에 우선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등장했으며, 사람들은 모두가 다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는 자율적 인간의 길을 갔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그 속에 있는 종교성 때문에 종교를 떠나 살아갈 수 없다. 신뢰를 잃은 교회, 혹은 신앙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무속종교와 관상, 사주와 같은 변형된 전통신앙행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항으로 최근 들어 철학과 사회학, 문학 같은 인문학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러한 때 기독교회와 그 지도자들이 기독교 신학과 신앙을 변증학적으로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기독교회의 재 부흥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자살 급감지역 사례 공유해야

이러한 한국사회의 급변적 요소는 모든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마치 “너 한 사람 이 세상에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어떤 드라마의 대사처럼, 개인의 존재는 무기력해졌으며, 나악하게 고립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한없이 무의미하고, 무능한 개인에게 찾아오는 것이 바로 극도의 불간감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병적 감정이다. 이것은 결국 자살 밖에는 다른 것을 선택할만한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닌가?

지난 2011년을 기준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33분 만에 한 명꼴이란다. 이는 연간 1만5,906명이다. 과거에는 주로 노인이나 중장년층에서 이뤄지던 자살이 최근 들어서는 20~30대는 물론 10대 청소년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힘차게 성장해 대한민국의 중추로 우뚝 서야 할 젊은이들이 제 발로 죽음의 낭떠러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희망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립서울병원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비와 수사비용, 조기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자살에 따른 국가적 손실만도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렇게 자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근 아무 흥미를 끄는 발표가 있었다. 바로 전북 진안의 예이다.

전북 진안은 농촌 산간지역으로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전북도내 다른 직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진안군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75.5명으로 전국 시군구 268개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전북도는 노인 자살 예방대책을 세우고, 진안군 5개 마을 주민의 자살 위험도를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자살예방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진안군의 2012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1.8명으로 71.2%나 감소해 234위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전체 사망자 330명 중 자살 사망자는 6명에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에서 훨씬 못 미친 결과다.

전북도가 이러한 성공을 거둔 데에는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 수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주민들을 전수 조사해 자살 고위험군을 가려냈고, 이들을 집중 관리한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4대종단 대표들이 모여 생명존중협약과 캠페인을 벌렸고, 공무원들은 농약병 등 자살을 시행하는데 요긴한 물건들을 치웠으며, 특히 고위험군에 드는 노인들에게 매주 1회 이상 안부전화와 방문상담을 진행했다.

이들이 진행한 이 안부전화와 방문상담이라는 것은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평소와 같이 노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주고, 그들이 주고자 하는 정을 받아주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을 낮추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결국 문제는 해결책은 관심과 대화다. 우리사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다. 지하철에 타면 모두가 이어폰을 꼽고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치한들 말고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나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말을 들을 뿐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마치 낙오라도 될 것처럼 필요 없는 정보 속에 파묻힌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관계에서 멀어지는 것을 모른 체 말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나와 관계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들로 입을 열게 해야 하고, 그들의 마음을 털어놓게 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을 혼자만의 고립에서 깨어나게 하는 작업이며, 사는 것처럼 살게 하는 작업이다. 그들을 살리는 고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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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0/17 [16:42]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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