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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도 경쟁력이다?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18)
 
신평식
‘아부도 경쟁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우리가 살아온 경험치로 볼 때 옳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려면 적절하게 아부를 잘해야 생존할 수 있고,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니 아부가 경쟁력이라는 말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아부(阿附)라는 말은 아첨(阿諂)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으로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각각의 시대에서 통용되었던 아부(flattery)의 뜻을 무려 10가지로 기술하고 있다.

이 사전에 따르면 사람의 어떤 언어와 행동에 대해 처음으로 ‘아부’라 정의한 그리스 시대에는 “사회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도덕적 타락”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중세에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잠재적으로 사회를 동요시키는 요소”로 보았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사회가 보다 인간중심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아부에 담겨져 있는 경멸적인 뉘앙스의 농도가 점차 엷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부는 엄청난 죄악이 아닌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애교 섞인 결점”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허영심이나 자긍심을 높여주는 행위, 자기만족을 주는 행위, 명예가 높거나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끔 만드는 행위로 설명 된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아부라는 단어에 대한 조롱의 강도가 점점 더 약해져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표현하는 것, 특히 화가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과 일종의 도덕적 이완, 굼뜬 무심함, 실수를 그럴듯하게 얼버무려주고 완화시켜주는 것, 심지어 대범하고 관대한 행위”로까지 설명한다.

그러니 현대에 있어서는 누군가의 잘못에 대하여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거나 잘 모르고 한 행동이라며 애써 무시하는 생략의 아부, 눈에 보이는 실수를 언급하지 않는 아부, 사소한 실수를 눈감아주는 아부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결국 아부는 “사람들이 각각의 삶을 보다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으로 생존을 위한 유익한 처세술”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대적 개념을 보다 흥미롭게 정의한 사람이 바로 <아부의 기술>의 저자 리처드 스텐걸(Richard Stengel)이다.

뉴욕타임즈 기자를 지낸 그는 아부를 “전략적인 칭찬, 즉 특정한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칭찬”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아부를 칭찬과 동일선상에 놓고서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이라고 토를 달았다. 그럼에도 아부는 칭찬으로 지나치게 과장될 수 있고, 때로 정확할 수 있으며, 또는 진실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높이는 일종의 현실에 대한 조작이기 때문에, 진정한 칭찬까지도 아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또한 미래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행하는 의도적인 거래라고 한다. 그러니까 칭찬은 칭찬인데, 유무형의 유익을 목적으로 지나치게 포장하여 칭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가 칭찬이라는 말과 달리 우리의 느낌에 잘못된 의미의 여운을 남김은 왜일까? 일차적으로 그것은 유교적 도덕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아부가 진실의 덕목에서 벗어나 마음과 상관없이 말의 성찬을 베풀어 상대의 환심을 사는 행위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마음, 혹은 진심의 결여는 본인과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좋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의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다음으로 기독교에 있어서 아부 혹은 아첨은 강력하게 죄악시 된다. 그리스시대 이전부터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해온 잠언에 보면, “이웃에게 아첨하는 것은 그의 발 앞에 그물을 치는 것이니라.”(잠 29:5)고 함으로써 아부는 정직한 행동이 아니라 이웃을 속이는 일로 인식한다. 또한 아부보다 진솔하게 경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하게 위해 “사람을 경책하는 자는 혀로 아첨하는 자보다 나중에 더욱 사랑을 받느니라.”(잠 28:23)고 했다. 당장의 유익보다 잘못에 대해 경계하고 책망함으로 바르게 생각하고 말하도록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편 12:3에서도 “여호와께서 모든 아첨하는 입술과 자랑하는 혀를 끊으시리니”와 같이 강력하게 정죄한다.

신약에서는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고 말함으로 아첨의 말을 악한 말로 정죄하면서 또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여 상황에 따라 덕을 세우는 말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혹자는 여기에서 ‘덕을 세우는 말’로서 ‘적당한 거짓말과 아첨의 말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성경 전체의 흐름은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여기서 ‘덕을 세우는 말’의 의미는 “상대를 살리고, 인정하고, 세워주는 말로 공동체 전체의 평화에 유익한 말”이다. 우리가 주의할 것은 상대를 경계하고 경책한다고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훈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은퇴한 장로들이 평신도 선교사로 선교지에 가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국 북부 어떤 지역에는 이렇게 모인 장로 선교사들의 수가 점차 늘어났다. 현지 선교사는 장로님들의 여생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면서 그 조직 안에 들어오고자 하는 장로님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것은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수시로 내뱉는 경계는 공동체의 평화를 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와 계급구조를 고려할 때 모든 아부행위를 단순하게 옳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상대의 눈을 멀게 하여 나의 어떤 유익을 도모하는 행위로서의 아부와, 상대의 기분을 풀어줌으로써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아부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자의 경우 아부하는 사람이 갖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상대에게 환심을 사는 것과 그로 인해 얻어질 나의 유익이다. 그러니 이 사람의 아부는 상대에 대한 칭찬이나 격려의 진정성보다는 과도하게 치장하여 높이는 언어들이다. 만일 이것이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칭찬이라면 상대를 속이는 것으로 범죄나 다름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정상적인 관계에서 칭찬과 격려를 통해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것으로 계급화 되어 있는 직장이나, 상시적인 거래관계를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서 아부하는 말, 아첨하는 말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은 아첨과 아부를 받는 사람이 갖게 되는 부담 때문이다. 아부성 칭찬은 항상 현실보다 약간 과장된 면을 갖는다. 과장된 칭찬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다음에도 그러한 칭찬을 기대하며, 점차 과거보다 더 높은 단계의 아부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구리처럼 배가 터지는 실패를 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퇴사 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직업군이 있다. 공기업의 고위직 퇴직자, 직업군인, 교육 공무원, 기자직 같은 경우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 직종에서 ‘갑’의 위치에 있었거나 계급과 서열이 확실한 회사에서 일한 경우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권한을 계속 강화하면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접대와 아부를 많이 받는 직종이다. 물론 그러한 직종에 있었다고 모두가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스스로 직원들의 말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하는 경우는 문제가 다르지만, 자기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이 마치 모든 일에 완벽한 판단을 하고, 한번 움직이면 모든 일을 해결해낼 수 있으며, 사업적 수완이 탁월해 사업에 손을 대면 큰 성공을 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 교장으로 은퇴한 분이 있다. 이분은 아내와 사별했는데, 학교 앞 식당 아주머니와 재혼했다. 날마다 식사를 챙겨주는 아주머니와 정이든 것이다. 재혼 후에도 아주머니는 식당 일을 계속했으며, 교장선생님은 체면을 다 내려두고, 식당에 나와 계산도 도와주고, 주차관리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뭐라 하던 저는 참 행복합니다. 지금 이렇게 보람 있게 할 일이 있잖아요?”

그 식당을 찾는 손님을 대하는 그분의 태도에는 과거 교장시절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분의 경우 아부로 인해 자신의 실체보다 과도하게 평가받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본연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나는 누가 나를 칭찬할 때 기분이 좋다. 그 말이 아첨의 말이라도 당장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선한 격려가 없는 세상에서 나를 인정하고 평가해준다는 생각 때문에 감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느새 그러한 아첨에 익숙해져가는 나는 스스로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더 과대평가된 나를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주변 사람을 격려하고 칭찬하자. 그것도 거짓의 말이 아닌 깨알 같은 칭찬꺼리를 찾아 진심을 담아 표현하자. 나와 함께 일하는 이 사람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자. 그리고 “예, 예, 아니오, 아니오.” 하여 아첨을 통해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니라, 수고와 실력과 노력에 따라 공정하고 정직하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자.

결국 아부가 경쟁력이 아니라 덕을 세우는 말, 적당한 말이 경쟁력이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잠 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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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27 [15:32]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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