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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2 [09:02]
갑을전쟁, 업신여김의 문제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4)
 
신평식
‘갑’과 ‘을’의 충돌이 심상찮다. 최근 들어 내로라하는 공기업 임원이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의 라면 서비스를 두고 승무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행세한 사건부터 제과업체 회장의 호텔 벨보이 폭행과 유명 유업회사의 밀어붙이기식 영업으로 인한 대리점주들과의 충돌, 대통령 방미중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까지 갑을관계의 충돌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갑’과 ‘을’의 분쟁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된 것은 우리사회의 미숙함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힘을 소유한 ‘갑’이 권력으로 군림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갑’들의 권한이 거의 무한대로 확장되어 ‘수퍼 갑’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수퍼 갑을 견제하는 대상이 없거나, 스스로의 권력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무한의 권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갑의 횡포가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정치권력이나 재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권력 안에 숨어있는 개개인의 문제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수퍼 갑은 재력이나 권력을 통해 견제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며 계속하여 그 권력을 강화해 간다. 사실 성숙한 사회라면 권력을 가진 단체나 개인은 자율적으로 자신의 힘을 절제하거나 사회적 견제장치가 그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그런 자율적 통제능력을 상실한 채 각각의 권력들이 충돌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사사시대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재력과 권력, 또는 저항과 공격에 있어 어떤 원칙을 갖지 않고 ‘각각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는데서 유발된다.

노사문제의 현장에 들어가 보면 서로 대화는 하지 않고, 각각 자신들의 힘을 확장하려는 노력만으로 일관한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법적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런 전쟁에서는 폭력적인 승자와 처참한 패배자만 있을 뿐 공존할 수 있는 미래는 없다.

우리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라도 ‘내가 이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대화에서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갑은 누구일까?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은 확실히 가장 큰 권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 대통령이라고 항상 완전한 갑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큼 적이 많은 사람도 없다. 거기다가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선출직이라는 숙명 때문에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그가 만일 대통령이라고 국민을 업신여기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까지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그리되면 결국 대통령으로서의 업무수행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를 만들어낸 갑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 그것이 명성이든, 인기이든, 재력이든 간에, 그것이 일반인들이 인정해주는 기반 위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 같이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나 실제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나 명성을 얻고 있는 이들은 그 명성과 인기가 곧 권력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갑일까? 이 권력은 그가 명성과 인기를 갖고 있을 때만 힘을 발휘한다. 만일 어떤 연예인이 자신의 인기만 믿고 거만한 태도로 무시하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그 결과가 어찌 될까?

목회자를 비롯한 사회적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갖고 있다. 이 권위는 때로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권위는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만 빛을 발한다는 중요한 전제 조건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이 권위는 ‘갑’으로서 권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권위는 마치 칼집에 들어있는 칼 같아서 사람들이 그가 보검을 갖고 있다고 인정할 때는 힘이 되지만, 막상 칼을 뽑아들면 상대는 그 칼을 꺾기 위해 대적해오고, 그 칼을 상대로 힘을 겨룰 뿐,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정도 되면 존경과 인정은 없어지고, 권위 또한 상실되고 만다.

어떤 목회자라도 겸손과 섬김의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서지 않고, 마치 폭군처럼 사람들을 지시하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동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면 그가 가진 권위는 사라진다. 또한 자신이 목회자임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정해줄 것을 강요한다면 이것 또한 스스로 권위를 허무는 일이 된다. 목회자의 권위는 스스로가 아닌 타인들이 자발적으로 인정해주고, 존경해 줄 때 빛난다. 만일 그가 겸손의 자리를 벗어나면 그것은 맛을 잃은 소금처럼 버려져 밟힐 뿐이다.

그러면 지금 사회적 ‘갑’으로 행세하며 많은 ‘을’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들은 어찌해야 할까? 그들은 자신이 가진 ‘갑’의 권력이 약한 ‘을’들의 지지 없이는 세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갑’과 ‘을’의 민감한 상호관계를 유지하는 키워드는 바로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성경의 말을 빌리자면,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다. 자신이 ‘수퍼 갑’의 위치에 있다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내려와 수많은 ‘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을’을 비하하거나 업신여긴다면 ‘갑’은 갖고 있는 모든 권위와 권한에 도전을 받아 처참하게 비난 받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는 당연히 그 ‘갑’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고,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갑이 그 갑의 지위를 더욱 강화하지 못하도록 경제민주화입법 같은 것을 통해 서로 견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스스로 견제하고 조절하는 자율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크리스천은 어떠할까? 크리스천은 스스로가 늘 옳은 것이 아니며, 스스로 공정하지 못한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갑’이라도 나를 ‘을’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교만이 싹트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이것이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일하심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분이 우리 양심에 들려주시는 세미한 음성에 순종하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처럼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우리 스스로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형편없는 대가를 받으면서 우리에게 시중드는 사람이라도 그를 지으신 하나님, 그에게 은혜주시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를 존중해야 한다. 아마 우리 일터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청소와 경비를 맡은 이들과 하급 직원들일 것이다. 어떤 상사가 그들에게 거친 언행을 일삼거나 고압적 자세를 취한다면 좋은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그들을 지으시고 그분의 목적대로 우리의 일터에서 함께 일하게 하신 하나님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들에게 대해 “부리는 입장에서 인격적으로 대하면 일을 게을리 하고 기어오른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하나님 앞에서 그들이 책임질 몫이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라고 가르친다. 그러기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간 곳은 인권이 강화되고, 민주주의가 꽃피웠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은 사람의 생명과 존재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주장하고, 부리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는 갑을의 전쟁은 상대를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인격을 가진 자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 이상 쉽게 끝나지 않을 전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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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18 [20:55]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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