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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2 [01:02]
엄마를 미친×이라고 부르는 아이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3)
 
신평식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화면에 상대방 이름이 뜬다. 그것도 정확한 상대의 이름이 아니라 사용자가 저장해둔 이름이다. 그래서 한때는 자주 오는 번호를 청와대나 안기부 같은 권력기관이나, 누구누구 장관, 혹은 국회의원 같은 이름을 넣어 주위에 으스대는 웃지못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런 이름을 넣지 않고 훨씬 더 적나라한 이름, 혹은 좋게 말해 감성적인 이름으로 저장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자기만 아는 친구의 별명을 넣는 것이다. 이러한 감성적 언어는 기성세대가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한 난처함이 괴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들의 트렌드이고 보니 어떡하랴?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 하나를 자녀로 둔 어머니가 상담을 청했다. 그 어머니는 무척 독이 올라 거의 실성한 상태였다.

“아니 내가 걔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내 이름을 ‘미친×’이라고 저장해놔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얘기인즉 딸아이가 샤워실에 들어간 사이 휴대폰 벨이 울려 봤더니 ‘또라이’라는 사람의 전화였다. 어머니는 ‘또라이’라는 이름으로 번호를 저장한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하며 ‘이성 친구 중에 하나라면 난처할 수 있겠다’ 싶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딸에게 전화벨이 울렸다고 하자, 확인한 딸은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네.”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자기 이름이 뭐라고 저장되었을까 궁금해서 딸아이 몰래 기회를 봐 전화기를 확인했더니 자기 번호로 저장된 이름이 ‘미친×’이었다.

씩씩거리는 어머니에게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머니는 숨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딸애에게 그것을 따져 물으면 내가 어떻게 해버릴 거 같아.”

“어떻게 해버릴 거 같았는데요?”

“머리채라도 잡을 것 같아 참았는데, …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다시 물었다.

“차라리 왜 그렇게 썼느냐고 물어보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싸웠을 거예요.”

“그냥 확인하는 차원에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제가 마음이 안정이 안돼서.”

“맞아요, 그럴 거예요.”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인정했다. 이분의 성미가 급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거기다 사업체를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바쁘다. 시간을 내 차분하게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자주 가게로 불러내 저녁을 먹는다거나, 함께 커피숍을 간다거나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좋은 학원에도 보내고 용돈도 부족함 없이 잘 주었다. 외형으로 보기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는 관계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는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딸아이의 심리상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생각했다. 애민한 시기에 마음속에 있는 불만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딸애와는 대화가 잘 됩니까?”

“할 말은 다 하죠.”

“그냥 필요한 거 달라는 말 말고,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나요?”

“속내라면?”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엄마나 아빠에게 애교를 부린다거나 정확하게 무언가를 짚어 하는 말 말고, 생각의 방향이나 느낌 같은 거를 이야기하나요?”

“…….”

엄마는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그렇게 물었던 것은 이분의 성격상 상황이나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결론만’ 구하는 식의 잘못된 대화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서였다. 내가 다시 물었다.

“혹시, 집에서 아이가 뭔가 설명하려하면 ‘네가 원하는 게 뭐냐?’거나 ‘얼마 필요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나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애들 아빠나 나도 그런 편이죠. 불필요한 말을 길게 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아빠는 말이 길어지면 ‘결론만.’이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이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늘 바쁘니까.”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딸애가 엄마나 아빠의 번호에 그렇게 써놓은 것만을 문제 삼지 말고, 딸애에게 그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할 기회를 주세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급하지 않게 그 생각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게 하라는 말이에요. 조리있게 말하지 않더라도 탓하지 말고, 설령 꾸며서 거짓말을 하더라도 탓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줘 보세요.”

“내가 화를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 화를 내면 평생 딸애와 싸워야 할지 모릅니다. 어차피 싸워서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그 마음의 생각이나 느낌, 원하는 게 뭔지 다 들어보세요. 그러면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반항하는 이유는 자기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리고 그것이 맞는데, 어른들은 그 생각을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자기 생각을 말하다보면 그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지, 현실적이지 못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많은 얘기를 시키다보면 뭔가 이번 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는 “시도해 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지 않으면 대화가 아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당신은 몇 사람과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가? 상사라고 상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면서 직원들과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침마다 반갑게 인사말을 나눈다고 좋은 동료라고 생각하는가? 업무를 진행하면서 업무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지 않는다면 좋은 동료가 아니다. 또한 그런 회사는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와 보람을 주는 회사라 할 수 없다.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하려면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마음을 버려라. 그리고 나보다 상대가 말하게 하고, 상대의 말에 경청하라. 상대의 말이 겉돌아도 마음속에 있는 느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라. 결론을 재촉하지 말라. 대화는 결론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을 듣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교환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함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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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10 [20:35]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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