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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8.17 [16:48]
오락의 쿨한 표면공학 영화, <놈.놈.놈>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감상 후기
 
김상재

 

▲  © 김상재/소재고갈로 수명을 다해가는 듯한 웨스턴에 뜻밖의 새로운 활력의 감칠맛 나는 김치스타일이 등장했다.

오락을 생산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의 조건은 손쉽게는 헐리우드의 그것들처럼 주체적인 나와 타자, 즉 ‘좋거나 나쁘거나’의 공식을 보다 요새화하여 그 양자 간의 선을 면도날처럼 대칭적으로 갈라 서로 리드미컬하게 충돌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겠지만 이 영화와 같이 처음부터 그것을 모호한 삼자의 3항으로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주체적 대칭의 지점을 회색지대로 흔들어 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특히 이 삼 자적 모호함이 우리의 한국적 상황에서 쿨한 오락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지금, 오랫동안 발을 빼지 못한 채 바다에 빠져있는‘지금 이 시간’의 역사적 시간, 주체의 과도한 과잉조건의 우리의 집단기억, 내면의 역학 기제들이 이미 우리 현실에서 심대한 피로현상을 축적 중첩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적 폐쇄적 함성, 선과 악, 독립군과 일본점령군, 특히 ‘지켜야 할 것들’과 ‘지켜 내지 못할 것들’의 영토의 영역에서 주체의 거친 철벽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외항, 황야의 만주벌판으로 해서는 비로소 그 수렁 같이 지친 늪을 탈구, 너와 나도 아닌 제3의 오아시스를 향유하게 한다. 

그리고 영화의 세‘놈’들도 그 외항에 어울리는 문자 그대로 (또 다시 메타적 주체를 투사하지 않아도 될) 부담 없는 놈들일 뿐이 아닌가? “조선 놈 치고 사연이 없는 놈이 어딨냐?”는 좋은 놈의 입에서 발설되는 대사가 말해주듯 식민지 시대의 안팎에 무관하게 사람이라면 망명의 시간들에서 스토리를 체현한 개인사를 지니지만 그런 놈들에 대한 시선을 일정한 거리에서 렌즈를 고착시키고 그 시점에서 삼자 설정을 통한 희화적 대립과 화학적 혼합의 설정은 드디어 그 피곤한 이해관계의 묵은 동물적 고착 점을 해제시킨다. 

하여 처음부터 이 영화는 스토리가 어느 한 쪽, 편의 점유 시선과는 공간이 지는, ‘서사적 스토리가 없는’것이 스토리가 되는 형식을 취한다. 곧 일정한 표면의 의식 위로만 자극하고 흔드는 방식을 타킷으로 하는, 문자 그대로 오락물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러므로 이 오락의 우물에서 어떤 스토리의 숭늉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일 수가 있겠다. 물론 표면 위를 간질거림을 목표로 하는 오락이라도 보다 감정 선을 광폭으로 흔들 수 있는 럭셔리한 오락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라는 구성의 조형미와 묵직함을 베이직으로 깔아야만 하지만 이런 류의 필름에서는 그런 베이직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때로는 불편해 질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서사는 불필요하게 무거워 질 수 있다고 판단, 스토리의 구성미에 대해 일말의 긴장을 놓아 버린 것으로 판단되는데---일말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오락류는 그냥 편한 거리를 두고 화면의 표면만을 따라 흐르고 즐기면 될 일이다. 
 
▲ © 김상재/  쿨한 <놈...>은 오직 오락물로 이런 류에 대한 예의는 영화의 표면을 따라 그냥 즐기는 것이 될 것이다
 
그 스토리적 힘의 육중함을 가볍게 하는 대신 영화는 스피드와 긴장, 흙과 바람, 황량함의 소리, 산포되는 파편, 피가 튀기는 비주얼로 채우고 헐리우드 식의 정형화된 리듬을 김치스타일의 박진감과 화끈함의 생경한 리듬으로 바꾸어 대체하고 있는데 그 발상과 기획은 대체로 맛깔스럽게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 성공의 리듬변환과 그 변환의 색다른 맛의 유쾌함은 그런 대체물이 단순한 유사행위나 빈약할 수 있는 베끼기의 차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국면에서는 재창조적인 범주로 까지 상승했다고 믿어도 좋을 만큼의 그림들로 보이는데---일단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헐리우드 웨스턴이나 마카로니의 그것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스펙타클이나 다면 구조로 뒤엉긴 역학관계에서 폭발하는 역동적인 액션들은 훨씬 새로운 맛의 장쾌함을 선사해 주고 있는데 그 색다름은 백인(?)들의 그것과 확실히 차이를 창출해 내고 그 맛깔을 구분해 놓기 까지 한다고 평한다면 소년같이 좀 들뜬 나르시스적 찬사일까? 

유럽인들의 웨스턴을 외형, 원형으로 하고서도 그 웨스턴의 차원을 일면 이렇게 넘기는 것을 상징적으로 지탱해 주는 이 지점에서의 기둥은 좋은 놈의 정우성이다. 유럽인의 외모를 닮은 데다 그에 어울리는 다리선의 우뚝한 라인, 한 손으로 능숙하게 장총을 회전시키며 난사하는 외모와 기마 동작은 이제 우리의 액션이 이 짧은 김치 스타일의 실험에서도 이제 평면적인 모방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여 질 정도로 그럴 듯 해 보인다. 어쨌든 그 좋은 놈이 서부활극이라고 하는 외적 이미지를 떠 받쳐주면서도 그 이미지 안에서도 배어 있는 아시안적 냄새는 다른 두 놈의 완전 된장과 김치 스타일의 미끄러운 이미지와 버무려져서는 또 우리만의 독특한 맛을 솎아 내는 것을 가능해 지게 하는데 이 또한 유쾌하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우뚝한 수직적 선과 그 지탱선의 공간 안을 따라 찐득하고 김치 맛 나는 동작과 벌어지고 배합되는 액션들--- 그 배열과 배역의 건축미 또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위치설정의 구도를 안으로 하고는 밖으로 이국의 황량한 장쾌의 만주 벌판이 시원하게 가로 펼쳐진다. 

최고수의 내국인 싸움꾼들을 등장시키지만 그것을 희화적으로 배치하고---내국이거나 중첩지대이거나 유럽적이거나 아시안적이거나 내/네 편이냐? 가 거의 무의미해지는 이런 다국적 배합, 또한 주체의 지점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일정한 거리의 쾌락을 벌여놓고 있고 그 이질적인 이미지의 조합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외항으로의 열림, 과잉에 눌린 주체적 짐을 느슨하게 풀어 놓게 한다. 이 또한 이 ‘놈’들의 영화가 유쾌한 오락이 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영화가 이렇게 특별히 이런 일종의 오아시스의 순화적 그림으로 작금의 한국적 상황에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주체의 과잉에 길게 눌려있기나 한 것일까? (사실 최근의 촛불과 그 현상을 해석하는 복잡한 관점들로 인한 스트레스들은 아직도 그 ‘편’들의 과잉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는 순수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이제야 말로 비로소 포스트 모던한 내면을 필요로 하는 시간대를 관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그림에 어울려 김치 스타일의 퓨전으로 배합해 내지만 절제된 대사와 낯익은 선을 따라 흐르는 웨스턴 기타 음악---. 

어! 어느덧 우리와는 다르게만 들려졌던 그 경쾌한 리듬과 음률들도 더 이상 이제는 타자적이지 않게 묘한 쾌감으로 향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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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21 [11:30]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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