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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순천만 칼럼]갈대는 바람에 흔들려야 제 맛이다
공학섭 목사(순천대대교회)
 
공학섭   기사입력  2022/11/05 [17:18]

오늘부터 우리 마을에선 갈대축제가 열릴 계획이었다. 국가애도기간이어서 불가피하게 행사를 취소했다. 방문객들도 현저하게 줄었다. 슬픔을 당한 이들을 생각하면 행사를 취소함만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해야 하리라.

▲ 순천만 갈대밭     © 공학섭

 

 

비록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갈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거린다. 마치 자신을 보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보란 듯이 짐벙지게 춤을 춘다.

 

갈대는 춤만 추는 게 아니다. 놀고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갈대는 사람들이 오염시킨 강물을 정화하여 바다에 내보내는 성스러운 역할을 해낸다. 갈대는 바다를 위해 하나님께서 마련해 둔 천연필터다.

 

흔히들 연약한 여자의 마음을 비유할 때 갈대라고 한다. 갈대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갈대는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대로 순응하기 때문에 꺾이지 않는다.

 

갈대는 바람결을 따라 흔들려야 제 맛이다. 꼿꼿하게 서 있는 갈대는 어쩐지 언죽번죽해 보인다. 갈대는 막새바람과 어울려야 멋스러워진다. 사랑의 시선으로 흔들리는 갈대를 보라. 마치 나를 환영하기 위해서 일제히 손을 흔들어주는 것처럼 보여질 것이다.

 

갈대는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갈대로 빗자루를 만들어 사용한다. 노래를 하는 사람은 갈대를 노랫말에 넣는다. 철학자 파스칼은 사람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성경에도 갈대가 등장한다. 남자 아이를 낳으면 죽이라는 바로의 명령을 거절한 모세의 부모들은 어린 아들을 갈대로 만든 상자에 담아 나일 강에 띄워보냈다. 하지만 모세는 바로의 공주에 의해 구출 받았다. 이사야 선지자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는 분이 오실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오면 상처 받은 자를 싸매시고 치유해 주실 거라는 뜻이다.

 

바로 예수님이 약속했던 분이시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자들을 치유해 주시고 싸매 주셨다. 사람은 이태원 사건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신 예수님만이 상처를 낫게 해주실 수 있다.

 

갈대의 계절, 갈대밭을 걸으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신 분을 묵상하면 어떻겠는가? 어떤 바람이 불든 맞서지 말고 순응하는 갈대처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발맘발맘 따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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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1/05 [17:18]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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