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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활칼럼]가을 들녘, 고흐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공학섭 목사(순천대대교회)
 
공학섭   기사입력  2022/10/16 [20:20]

가을, 갈대의 계절이다. 우리 마을엔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지가 있다. 셀 수 없는 많은 방문객들은 내남없이 갈대밭으로 달려간다. 나는 갈대밭을 찾아온 손님들께 내어주고 우리 마을 논두렁 투어에 나섰다.

▲ 가을 들녘     © 공학섭

우리 마을엔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넓은 들녘이 있다. 규모도 크지만 정원처럼 아름답다. 농로에 어지럽게 서 있던 전봇대를 남김없이 뽑아냈다. 차량운행도 제한을 한다. 새들을 위한 배려다.


새들에게만 특혜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중간에 벼를 베어냄으로 예쁜 그림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벼 베기를 최대한 늦추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긴 시간 동안 아름다운 가을을 오롯이 누리게 한다.

지금 우리 마을 논은 벼 밭이 아니라, 명화를 그려놓은 캔버스와 같고 영락없는 그림 박물관 같다. 누군가 우리 마을 벼 논을 두고 고흐의 그림이 연상된다고 했다. 내가 봐도 우리 마을의 가을 모습은 농부의 그림을 즐기던 고흐의 작품을 닮았다.

농사하는 이유가 배부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렇게 익은 벼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풍요해지고, 보는 눈이 즐겁다. 이렇게 마음이 좋으면 몸도 덩달아 좋아지는 법이다. 이를 두고 다른 말로 하면 경관농업이라고 한다.

▲ 황금물결 출렁이는 가을들녘     © 공학섭

 

경관을 누리려는 사람은 걷던지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농사만을 위해 만들어진 농로를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반칙이다. 또 논두렁과 자동차는 부조화다. 천천히 걸어야 많은 것이 보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워진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배고픈 시절에는 애오라지 허기진 배만 채우면 됐지만 지금은 배고파 죽는 사람보다 마음이 허기져서 슬프고, 마음이 깨뜨려져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자들이 더 많은 시대다.

누렇게 익은 벼로 빼곡하게 채워진 벼 논 사이의 논두렁을 걷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논두렁이 사람의 마음과 영혼까지 치유해 주는 만능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약간의 도움이 될 뿐이다.

만물보다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했다.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은 제약회사가 만들지 못한다. 우리의 몸과 영혼을 지으신 하나님만이 치유하실 수 있다. 그러려고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 그분이 곧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는 잃어버린 자를 찾으러 오셨고, 죽음에 이르게 된 자를 살려 주시려 함이다.

이 가을, 논 둑 길을 따라 걸으며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 > 한 소절을 읊어봄도 좋으리라.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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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0/16 [20:20]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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