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학섭 생활칼럼]샘은 마을의 문화유산
공학섭 목사(순천대대교회)
 
공학섭   기사입력  2022/10/11 [07:01]

 

우리 마을엔 서편 샘, 새 뜸 샘, 새 샘, 신석 샘 등 여러 개의 공동 샘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샘은 마을 중앙에 있는 통 샘이다. 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각자 마다 아삼아삼한 사연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이다.

▲ 샘     © 공학섭

 

동네 우물은 물을 긷는 곳만 아니었다. 어젯밤 무사했는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밤새 마을 안에서 일어난 정보들을 나누었다. 우물이야말로 따끈따끈한 뉴스가 전해지는 미디어 광장이었다. 우물은 마을 공동체를 이어주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뿐 아니다. 시어머니도 흉도 보고, 고추처럼 매운 시집살이의 서러움을 시원하게 비워내는 곳이기도 했다. 우물은 인생 상담소도 되었고 항상 내 편을 들어주는 우군이 되어 주었다. 우물은 잠시나마 집을 벗어나 크게 숨을 쉴 수 있는 휴식처이기도 했다. 동네 불이 나면 소화전 역할까지.

여인으로 마을에 시집을 오면 첫날 밤 자고 다음날 이른 새벽부터 이 샘에 나오기 시작하여 늙어 다리에 힘이 없을 때까지 이 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우물을 졸업하는 날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의미였다. 힘들어도 우물에 나올 수 있는 날이 그래도 봄날인 셈이다.

우물은 마을 사람들의 가난과 서러움의 증인이다. 마을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밴 역사적인 장소다. 우물에 얽인 사연들만으로도 여러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 우물은 마을의 역사이고 유물이다. 우물을 잘 보존하는 일은 마을 역사를 보존하는 큰일이다.

무엇이든 옛 것을 지워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선조들의 살아온 모습을 온새미로 보존하여 오늘 살아가는 자들에게 가르침이 되게 해야 한다. 오늘이란 과거와 단절하고 성립이 되지 않는다.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는 것이다.

▲ 샘     © 광학섭



역사란 글을 남김만으로는 부족하다. 희미한 것이라도 현장이 보존되어야 한다. 현장에 남아 있는 역사적 유물은 어떠한 말이나 글로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마을 역사에서 우물을 빼면 절반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성경에서 우물 이야기를 빼면 어떻게 될까? 아브라함과 아비멜렉과 언약을 맺은 곳이 브엘세바 샘이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신부감 리브가를 만난 곳이 우물이고, 야곱의 신부 라헬을 만났던 곳도 우물이다. 엘리사의 샘물이 없이는 여리고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삼손의 목말라 죽게 되었을 때 터진 샘물이 없이는 성경은 설명이 불충분해지고 말 것이다. 수가라는 성에 사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얻게 된 곳도 역시 우물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마을의 우물들은 흔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이 뚜껑을 만들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우물도 하나 있다. 인간들은 편의를 위해서라면 마을 중요한 문화유산인 샘터도 주차장으로 바꿀 정도로 무모하고 메꿏다.

하나님은 역사의 시작자로서 세계사만 아니라 깨알 같은 마을의 역사와 개개인의 역사까지 간섭하는 분이다. 하나님은 작은 역사라도 묻히기를 원치 않으신다. 영어에 역사를 <History>라고 하는데 이는 His+Story를 합성된 단어로 그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역사란 하나님의 이야기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기라는 말이다. 하나님은 오늘도 세상의 역사를 주관하신다. 인간은 자꾸만 역사를 거스르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구원의 역사를 차질 없이 이루어 가신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2/10/11 [07:01]   ⓒ newspower
 
광고
인기기사 목록